국내 연구진이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저가 장비로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유천열 디지스트(DGIST 총장 신성철) 신물질과학전공 교수 연구팀은 최근 중금속과 강한 자성체 사이에서 스핀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는 힘인 비대칭 교환상호작용(DMI)을 정량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유 교수팀이 개발한 DMI 측정법을 적용하면 연구실에 있는 저가의 장비를 이용해 스핀 기반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연구개발(R&D)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기존의 전자기기에 데이터 저장장치로 사용하는 SRAM, DRAM 등 메모리 소자는 집적밀도와 발열 등에서 한계에 달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저전력, 고밀도, 비휘발성 스핀 기반 메모리가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 소자의 성능은 스핀-궤도 돌림힘(SOT)의 일종인 DMI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자성물질의 스핀은 평소 한 방향으로 나란히 배열돼 있지만 DMI 값이 일정 값 이상으로 커지면서 스커미온이라는 작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재배열된다.
자성을 이용한 메모리 저장 능력과 속도는 메모리 소자의 크기 및 이동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스커미온은 크기가 매우 작고 이동 속도가 빨라 소용돌이 방향을 디지털 신호화하면 초고밀도, 고속력 메모리 소자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커미온을 만들기 위한 DMI 값은 고가의 특수 실험 장비를 사용하거나 매우 복잡한 실험과 해석 과정을 거쳐야만 측정이 가능, 메모리 소재 개발 연구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유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DMI 값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대부분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만으로 DMI 값을 측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연구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 DMI 제어 기술 개발 및 스커미온 기반의 스핀 메모리 소자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천열 교수는 “새롭게 제시한 방법을 사용하면 대부분 실험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저가 장비를 이용, DMI 값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서 “기존 메모리에 비해 저장 용량이 수십에서 수백배 크고, 동작 속도도 수천배 빠른 제2세대 스핀 기반의 메모리 소자 개발에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화학회에서 발행하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최근 온라인판에 실렸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