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무개념 공직자와 대한민국 미래

“대한민국 미래가 참 침침해 보입니다.”

최근 공무원 시험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담당자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말이다. 이 담당자는 면접에서 왜 공직자가 되려고 하는 지를 가장 먼저 묻는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답변이 안정적 직업이어서 택했다고 말한단다. 공직에 큰 뜻이 있거나, 나라를 위해 열정을 바쳐 일하겠다고 하는 이가 드물다. 단순히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 공무원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면접에서조차 나랏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것은 정말 슬픈 현실이다.

미래도 암울한데 최근에는 고위 공직자 막말 파문이 잇따른다. 교육부에서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공무원이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했다.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이 정해져 있었으면 좋겠다” 등 자신의 위치와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던졌다.

국가장학금 수조원을 운영하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도 “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는 무개념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차관급 인사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센터장도 워크숍에서 자신을 친일파라고 지칭하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 실로 기막힌 말들이 몇 주 사이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막말뿐만이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사무관 갑질 논란, 서기관 성매매,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 등 각종 추문이 잇따라 터졌다. 장관이 직접 나서 산하 기관장에 갑질 반성을 담은 친필 편지를 보내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 공직자 기강해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정권 임기 말에는 더욱 심각했다. 하지만 솜방망이 징계로 별 것 아닌 것으로 정리됐다.

언론에 알려진 정도가 이 정도다. 은밀히 진행 중인 각종 탈법이나 비윤리적 행위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남은 정권 동안 일손을 놓고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있으려는 공직자는 또 얼마나 많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몽골로 떠난다. 또 다시 세일즈 외교에 시동을 건다. 대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경제·외교 문제가 산적하다. 하지만 집 안이 편안해야 바깥 일도 잘 풀린다. 총체적 공직자 기강 다잡기가 절실하다. 올바른 행정이 펼쳐져야 대한민국이 바르게 전진할 수 있다. 하루라도 지체해선 안 될 최대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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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