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자율로 동작되는 지능형 로봇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능형 로봇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을 결합해 지능화된 서비스를 창출하는 개념이다.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면서 AI는 인간 한계를 이미 뛰어넘었다. 인간 언어를 인지하는 IBM의 지능형 로봇 `나오미`는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탑재한 로봇 `페퍼`를 상용화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도 지능형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4월 미래성장동력추진단 주관으로 지능형 로봇 신기술 및 서비스 융합과 활용 전략을 논의했다. 정부는 올해 `로봇산업 핵심 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700억원을 투자한다.
◇지능형 로봇 산업 육성으로 기술 격차 해소
국제로봇연맹(IFR)은 지능형 로봇 같은 서비스용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오는 2018년 40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지능형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지난해 국내 로봇 생산 규모는 2조6000억원이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로봇 생산 규모를 6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1.8년 정도 벌어져 있는 지능형 로봇의 기술 격차도 점차 줄여서 미래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R&D), 시장 창출, 인력 양성 등 지능형 로봇 산업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한다.
미래부의 미래 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 과제 중심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달에서 과학 탐사를 수행할 한국형 달 탐사 로봇 `로버`를 개발하고 있다. 척추신경 수술을 자동화한 미세수술 로봇과 무안경 3D디스플레이도 개발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 분야는 R&D와 사업화 분야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77개 과제 28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부는 로봇 산업 융합 핵심 기술 개발과 로봇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2개 R&D 사업에 전체 예산 596억원 가운데 85%를 지원한다.
산업부와 보건복지부 등 다부처 공동기획 사업으로 지난해부터 간병로봇시스템 개발도 착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병원과 요양원에서 현장 테스트도 추진했다.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한 이 프로젝트는 첨단안전로봇 3종과 핵심부품 3종 등을 개발하고 오는 2021년까지 실증 단계를 거쳐 상용화에 나선다.
광주에는 산업부가 주관하는 헬스케어로봇실증단지가 들어선다. 광주테크노파크 2단지에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27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성능시험평가, 신뢰성평가, 임상시험지원 등을 위한 전용 헬스케어로봇 시험장비와 실증테스트베드가 구축된다.
◇핵심 부품 국산화 및 비즈니스 전략 마련
지능형 로봇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핵심 부품 국산화에 실패한 상황에서 앞으로 외국 로봇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국내 로봇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모터, 감속기, 제어기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로봇 핵심 부품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구동, 제어, 센싱 분야는 해외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로봇 핵심 부품이다.
제조와 의료재활 및 문화 등 로봇 융합 유망 8대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 R&D, 보급 확산 등을 포함한 비즈니스 전략 로드맵도 마련했다.
정부는 지능형 로봇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화, 인프라, 제도 개선 등 수요 창출 및 시장 확대 전략에 대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뷰/서진호 미래성장동력 지능형로봇추진단장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로봇 제품의 경쟁력 확보와 중장기 시장 선도가 가능한 로봇 제품군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부품 및 로봇 소프트웨어(SW), 공통 기반 기술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능형 로봇 사업에 대한 서진호 미래성장동력 지능형로봇추진단장(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의 설명이다.
서 단장은 “우리나라의 로봇 분야 기술 경쟁력이 4위 수준이지만 지능형 로봇 기술 개발 능력은 아직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다행스럽게도 로봇 연구개발(R&D) 수행 기업들이 기술 개발 결과를 활용, 매출 증대와 수출 등 사업 성과를 지속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로봇시장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로봇 활용 효과에 비해 높은 비용으로 성장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가격과 기능에서 활용도 높은 제조로봇 개발 및 보급을 통해 기존의 적용 분야가 아닌 신규 제조 분야 시장 창출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서 단장은 산업 성장 측면에서 산업용 로봇에 대한 R&D가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서비스용 로봇에 쏠려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 단장은 서비스용 로봇도 사물인터넷(IoT), AI 등과 접목해 삶을 바꾸는 잠재력이 있다면서 내년에 AI와 로봇 융합을 주요 R&D 주제로 정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