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거론한 `쥐덫` 때문에 인터넷이 요란하다.
박 대통령은 발언에서 `만약에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 속 한가운데에 집을 짓고 산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집 문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다져 놓을 것이다`라는 랠프 월도 에머슨 시인의 글귀를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울워스라는 쥐덫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 번 걸린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고, 또 거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서 발전을 시켰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성장, 수출 감소, 경기침체 국면을 가상현실(VR)·드론·전기자동차 등 신산업으로 뚫어 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렇게 본다면 여기서 등장한 쥐덫도 단순한 것 같지만 소비자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기술을 진전시키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단순하고 익숙한 것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자는 마음도 읽힌다.
일부분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이날 박 대통령의 인용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는 여기 등장한 쥐덫이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rap Fallacy)`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하물며 쥐덫조차도 `더 나은` 것을 만들면 길(시장수요)이 생겨날 진데 우리가 새로 등장한 신산업 분야에 세계적 정보통신기술(ICT)까지 더한다면 `가장 좋은(Best)`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던지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나은 쥐덫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았다. 한순간 새로운 것에 열광하던 소비자들은 잡은 쥐 처리와 함께 쥐덫도 함께 버리는 것에 익숙했다. 그것에 뭔가 새 기술을 넣고 좋은 재료를 넣어 봐야 쥐 잡는 기능에 충실하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을 택했다. 그래서 `더 나은` 쥐덫은 설령 `최고의 쥐덫`으로 개발되더라도 시장에선 쓸모없는 사치품이 될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 무엇 하나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중국은 무섭게 팽창하고, 북한은 한반도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유럽은 브렉시트로, 미국은 차기 대선에 편승한 통상 이슈로 우리를 압박한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우리가 이 위기를 벗어나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선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 이전에 없던 것,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 시도가 설령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 그 저력을 일깨우는 게 중요하다.
위기가 깊을수록 국민들에게 던지는 대통령의 화법과 언어는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에 기록되는 것 아닌가.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