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오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경쟁 제한성을 심사하면서 `오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반 시장 잣대로, 그것도 아날로그 시대 기준으로 디지털화한 유료방송 시장을 재단하면서 통신방송 산업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이 고스란히 산업 피해로 연결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련기사 4면

6일 통신방송업계에 따르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더라도 방송권역 점유율만으로는 시장지배 사업자의 추정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 사업자를 `단독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 가격 등을 결정·변경할 수 있는 사업자`로 규정했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방송법 77조 등에 따라 약관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이용 요금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점유율이 높다고 마음대로 요금을 정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규제산업인 통신방송 산업의 특성이다. 일반 시장과 다른 점이다.

케이블TV산업에는 사실상 진입 장벽이 없다. 케이블TV 산업 자체에는 있지만 경쟁 구도가 `케이블-IPTV·위성방송`이기 때문이다. 전국 사업자인 IPTV·위성방송 점유율이 유료방송 시장에서 40%에 육박하면서 케이블 업체 간 지역 대결은 의미를 상실했다. 더욱이 통신사는 규모가 케이블TV보다 훨씬 크다.

`시장점유율 50%`라는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한 방송권역에서 점유율만으로 시장지배 사업자를 지정하기는 어렵다. 합병 법인은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2위로, `1위는 두고 2위만 규제하는 이상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방송을 관할하는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방송법과 IPTV법에 `합산규제`를 도입, 권역별 규제를 없애고 전국 가입자로 규제 기준을 바꿨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이 같은 흐름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일반 시장·아날로그 잣대로 이번 합병 건을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가 `늑장 오판`을 하면서 산업계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나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합병을 통해 △5년간 5조원 투자 △3200억원 규모 콘텐츠 펀드 조성 등을 약속했지만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시장점유율이 동반 하락하는 케이블TV는 “구조 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은 정부 유료방송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케이블 업계의 생존을 위한 전폭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