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는 지난 3월 문을 연 경기 지역 스타트업 지원 시설이다. 경기도가 사업비 1609억원을 들여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캠퍼스는 지상 8층 건물 2개 동과 지상 5층 1개 동으로 이뤄졌다. 의욕 있은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부터 우수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실현하려는 창업자까지 스타트업 전 주기를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이 목표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경제 성장이 더뎌지는 시점에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 캠퍼스를 두고 말이 무성하다.
가장 흔한 말이 공공기관 파견소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일부가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하면서 수도권에 터를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10여개 정부 산하 기관과 지역 산하 연구개발(R&D) 기능이 몰리면서 불거진 말이다. 스타트업이 터를 잡기에도 모자란 공간에 지원 기관만 득실댄다는 불만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신생 스타트업을 선발하겠다던 당초 취지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원 기관이 많으면 스타트업이 더 많은 지원을 받고, 분야에 맞는 세밀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신생 스타트업 선발도 곧 이뤄진다고 한다.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지원 기관 간 협업이다. 스타트업 지원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지만 저마다 소속 기관의 이해득실을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기관 간 협력과 협의가 중요한 이유다.
경기도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으로 선임하고 민간 성공 DNA를 스타트업 캠퍼스에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긍정적이다. 김 의장은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사업을 두 차례나 성공시킨 입지전 인물이다. 김 의장의 걸어온 길과 말 한마디가 창업자나 예비 창업자에겐 큰 힘이 된다. 그런 김 의장이 스타트업 캠퍼스를 총괄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외부 간섭의 최소화가 전제돼야 한다.
창업 열기로 가득한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와 창업자의 꿈이 스타트업 캠퍼스와 어우러져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