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비가 전국을 적시고 있다. 비 오는 날에는 마음이 들뜨기보다 차분해지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잔잔하고 감성적인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이다.
특히 에픽하이 ‘우산’,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정인 ‘장마’, 아이유 ‘레인 드롭(Rain Drop)’ 등 2000년대 후반 이후 발표된 비(雨) 관련 가요들은 젊은 세대들이 비 오는 날마다 즐겨 듣는 곡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가 며칠 동안 계속 내리는 장마철, 같은 노래만 듣다 보면 감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시대를 앞당겨 80년대와 90년대 발표한 노래들을 찾아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시대의 곡들은 다소 올드한 느낌이 들지만 2000년대 이후 나온 노래들보다 더욱 짙은 감성과 비 내리는 날씨에 어울리는 센티함을 듣는 이들에게 전달한다.
◇ 이문세 - ‘빗속에서’
‘빗속에서’는 작곡가 故 이영훈이 작사ㆍ작곡한 노래로, 지난 1985년 발표한 가수 이문세의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에 수록됐다.
비 내리는 거리에서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가 담긴 이 노래는 이문세의 쓸쓸하면서도 담담한 창법이 듣는 이들의 슬픈 감정을 한껏 자극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지난 2010년 방송한 Mnet ‘슈퍼스타K2’에서 가수 존박이 생방송 경연에서 부른 노래로 더욱 유명하다.
최근에는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그룹 인피니트 멤버 엘, ‘듀엣가요제’에서 그룹 빅스 멤버 켄과 일반인 참가자 최상엽이 이 곡을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 故 김현식 - ‘비처럼 음악처럼’
지난 1986년 12월 발매한 가수 故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은 발표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대표적인 노래로 손꼽힌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라는 도입부 가사가 유명한 이 노래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故 김현식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뤄 많은 사랑을 받았다.
故 김현식을 대표하는 명곡 ‘비처럼 음악처럼’은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거나 헌정 곡으로도 많이 불렀다.
가수 임재범을 비롯해 김장훈, 홍경민, 김범수가 이 곡을 재조명했으며 김태우, 거미, 엑소 멤백현 등은 음악 예능프로그램에서 경연 곡으로 열창했다.
◇ 신승훈 -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는 지난 1991년 발표된 곡으로,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노래다.
신승훈이 직접 작사ㆍ작곡한 이 곡은 고급스러운 재즈풍 멜로디가 부드러운 보컬과 맞물려 듣는 이들에게 편안하면서도 나른한 느낌을 준다.
특히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슬프기는 하지만 창밖을 보며 편지를 써야지 비가 내린다고’와 같이 카페에 앉아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헤어진 연인을 보고 싶어 하는 내용의 가사가 이별에 아파하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 노래는 가수 강타가 리메이크해 자신의 첫 솔로앨범 ‘폴라리스(Polaris)’에 수록했으며, Mnet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7’ 우승자 케빈오가 생방송 경연에서 불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이승훈 - ‘비 오는 거리’
비 오는 날에 우울하고 슬픈 노래만 들을 이유는 없다. 지난 1997년 발표한 가수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는 위의 세 곡보다 한결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노래다.
약 20년 가까이 지난 곡이지만 감미롭고 편안한 기타 선율, 이승훈의 미성은 최신곡들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됐다. 특히 듣는 이들에게 우울한 감정보다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게 이 노래의 특징이다.
편안한 멜로디와는 달리 가사 내용은 슬픈 이별 이야기다. 비 오는 날 이별을 통보받은 한 사람이 헤어진 연인과 함께 걷던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여전히 잊지 못하는 애틋함을 다뤘다.
‘비 오는 거리’는 지난 2004년 가수 서영은이 리메이크해 더욱 유명해졌고, 그룹 SG워너비와 소울스타도 이 곡을 재해석해 발표했었다.
한 가요관계자는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던 80~90년대 발표된 발라드 곡들은 주로 라디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주로 청각적 부분을 집중해 만들어졌다”며 “특히 비오는 날 이 시대에 나온 곡들을 듣는다면 요즘 노래들과는 또 다른 감성과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 / 디자인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