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SK텔레콤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됐다. SK텔레콤은 심사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후속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보고서에 담은 경쟁 제한 요소를 반박하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 제출해야 한다. 주어진 기간은 이제 2주도 안 남았다.
이후 공정위 상임위원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회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전원회의에서 조건부 승인 등으로 심사 결과가 달라질 것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의 기업결합과에서 7개월 동안 시장 경쟁 상황을 고려해 내린 판단인 만큼 전원회의에서 결과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대세다. 전원회의에서도 불허 판결이 내려지면 SK텔레콤은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대부분 위원이 서면 재검토를 하는 형태로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발견되면 전원회의가 다시 열릴 수 있다.
이의 신청에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SK텔레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우선 행정 소송이다. 행정기관 처분에 불복, 법원에 판결을 맡기는 절차다. SK텔레콤은 아직 행정소송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심사 결과가 전달되기 전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결합에서 경쟁 제한만 다루는 공정위와 달리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 등을 다루는 주무 부처의 결정 후 행정소송 제기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공정위의 M&A 불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모두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삼익악기와 영창악기의 경우가 대표 사례다.
두 번째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결정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산업 간 융합 확산, 규제 완화 등 정부 기조에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공정위의 판결을 미래부가 뒤집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부처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래부의 결정 이후엔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SK텔레콤이 미래부가 결정할 때까지 기다릴 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M&A 철회다. SK텔레콤은 자진 철회 의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진 철회 시 M&A를 성사시키지 못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