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을 주축으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몇 십년 동안 개발된 기술과 생성된 지식은 과거 수천년간의 그것들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ICT가 지식과 기술의 빠른 공유와 재생산을 가속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더 행복한가? 가까운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은행에 들어가면 북적이던 직원들은 얼마 남아 있지 않고, 컴퓨터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많은 일을 대신하고 있다. 손쉽게 집이나 거리에서 모바일로 인터넷뱅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에 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 일본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직원 대신 서비스하는 로봇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 제조사들은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공정들을 자동화해 생산 직원을 줄인다. 인간이 일해야 할 자리가 줄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도 조기은퇴 문제도 기술 발전에 따른 역효과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인은 참 바쁘게 살아간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도 여러 가지 요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새로 나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법도 배워야 이른바 왕따를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유통하는 사람들은 11번가나 G마켓 같은 국내 사이트뿐만 아니라 이베이, 아마존, 타오바오, 티몰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알아야 생존할 수 있다. 기업 임직원들은 오피스 소프트웨어(SW)는 기본이고, 수시로 새로 도입하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의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엄청난 정보들을 분석,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스트레스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인터넷으로만 기차표를 예약하기 때문에 노인은 표를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 후 개선됐겠지만 세대 간 격차의 단면을 보여 준다. 가족 간의 대화가 카톡으로 이뤄지는가 하면, 청소년들은 대화 중에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어른들은 이런 청소년들을 무례하다고 나무라며 옛날이 좋았다고 한숨을 내쉰다. 모바일 세대는 PC세대와의 격차를 느끼며, 아날로그 세대와의 격차는 더 극심하다. 문제는 수명이 길어져서 이런 세대들이 함께 오래 공존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빈부 간 격차도 심화시키고 있다. 구글이나 알리바바같이 인터넷 공간을 장악한 이들에게 부가 집중되고 있고, ICT 기술 강국에 부가 집중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기존의 기업과 노동자를 파멸로 몰아넣기도 한다. 일자리는 줄고, 취업하기는 어려워지며, 사회 불만은 높아간다. 가진 자는 더 갖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 빼앗기는 시대가 되는 것 같다.
이처럼 기술은 일자리 감소, 변화 적응 스트레스, 세대 간 격차, 빈부 간 격차 등의 문제를 심화시키는 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서러운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기술을 대할 때 인간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을 개발할 때나 사용할 때, 기업을 경영할 때,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도 이러한 가치를 염두에 둬야 하겠다.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멈추지 않는 폭주열차처럼 기술을 드라이브하고, 인간의 행복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만 있는 그런 사회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이제는 기술이 경제 성장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와 더불어 사회와 인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역효과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를 더 많이 고민해서 정책을 입안할 때다. 이것이 인간이 행복해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임금순 애녹스 대표이사 kumslim@ano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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