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4사가 2분기 합계기준 2조원이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상승으로 주력인 정유사업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호황을 맞은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정유 사업이 뒤를 받친 형세다.
4일 20여개 증권사가 내놓은 정유4사 2분기 예상 실적에 따르면 총 영업이익은 최대 2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1조8000억원을 거둔 지난 1분기 대비 40% 가까이 오른 수치이자 기록적 실적을 거둔 지난해 2분기와 맞먹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1조원 안팎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올린 지난해 2분기(9880억원)를 넘어설지가 관심사다.
GS칼텍스는 매출 5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 내외 실적이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4조원대 매출에 6000억원 전후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도 최대 3000억원에 다가설 것으로 봤다.
5월 말만해도 정제마진 하락 등 부정적 요인으로 호실적 전망이 나오지 않았다. 정제마진은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차로 정유사 영업이익을 가늠하는 제1 지표다. 지난 4월 배럴당 5.3달러에서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달 둘째 주 4.6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사 호실적이 가시화된 것은 유가 상승과 비정유사업 사업 선방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유사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중동산 원유 벤치마크 유종인 두바이유 가격은 같은 기간 월 평균 배럴당 39달러에서 지난달 47달러까지 상승했다. 유가상승으로 인해 대규모 재고 차액이 발생해 정유 사업 실적이 개선됐다. 여기에 에틸렌,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제품 과 윤활기유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며 영업이익을 불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회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2분기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은 회사별로 전체 영업이익 40~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반등세가 주춤하고 정제마진 추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비정유사업 성적표는 앞으로 실적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제마진은 사우디 아람코의 OSP(Official Selling Price) 인하로 반등한다는 의견과 드라이빙 시즌 종료와 공급과잉 등으로 당분간 약세를 유지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아람코는 8월 아시아 지역 OSP(Official Selling Price)를 엑스트라 라이트 기준 7월 대비 배럴당 90센트 인하했다. OSP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배럴당 50달러에 근접한 유가가 추가 상승을 못하면 앞으로 정유사업 실적이 꺾일 수 있다”면서 “상승세를 보이는 벤젠·톨루엔·자일렌(BTX) 사업 결과에 따라 성적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유 4사 실적 합계 추이>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