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와 관계사 입주도 임대비율 위반이라며 경고장을 받았다. 출자한 계열회사와 관계사를 타회사로 간주한 것인데 불합리하다.”
지난 22일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제5차 판교 글로벌 리더스포럼에서 한 기업 대표가 꺼낸 하소연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 해묵은 `임대비율`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당초 기업이 공실을 줄이기 위해 임대를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판교에 분양을 받은 28개 컨소시엄 대부분이 임대비율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 과제가 됐다.
임대비율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기업이 지난 2006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분양을 받을 당시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 명시한 것이다.
경기도는 분양 당시 신청 컨소시엄이 작성하는 사업계획서에 구성 기업이 건물을 사용하는 비율을 적어 놓게 했다. 한 예로 자가사용률을 80%로 써 넣으면 임대는 20%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분양을 받을 목적으로 임대율을 낮게 잡았다. 컨소시엄별로 차이가 있지만 자가사용률을 최대 64~100%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것은 추가로 발생한 계열사나 관계사까지 임대에 포함시킨 것이다.
한 IT업계 대표는 “최근 계열사를 추가하면서 이를 사옥에 입주시켰는데 이 역시 임대율 위반으로 경고장을 받았다”며 “사업을 하면서 늘어난 계열사 조차 사옥에 입주시킬 수 없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태도는 기업이나 경제 체계를 무시한 탁상행정 자체”라고 꼬집었다.
사업이 분양 당시보다 위축돼 구조조정을 한 기업은 속이 더 쓰리다. 직원이 줄었지만 자가사용률 규정에 묶여 임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입주사 관계자는 “사업계획 당시인 2006년에는 사업이 축소될 지 알 수 없었는데 사실상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입주사가 모든 사무실을 사용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계열사나 관계사가 판교 입주 허용 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퇴출 당한 사례도 있다. 입주 역시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기술(CT) 등 기술 기업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는 원칙에서다. 한 바이오 업체는 지주사로 조직을 개편했다가 지주사는 입주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분양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 명령을 받았다. 이 회사는 올초 지주사가 사옥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임대비율을 컨소시엄별로 책정하는 방식도 입주업체 불만사항이다. 일례로 7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분양을 받을 경우 한 업체가 임대율을 어겨도 제재는 컨소시엄에 부과된다. 서로 경영에 간섭할 수 없는 지배구조나 입장이 다른 회사까지 덩달아 제재를 받는 구조다.
경기도는 이와 관련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10년 전 사업계획서에 제출했던 내용 그대로 준수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분양을 받을 당시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부지를 공급받는 조건에 모두 포함된 내용”이라며 “이제 와서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익만 편취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임대비율이나 특정 업종 입주 원칙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판교테크노밸리가 경제 부흥 차원에서 탄생한 만큼 임대비율 규정이 부동산 투기를 막기위해서라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기업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흥망성쇠를 겪는 경제의 한 축”이라며 “10년전 약속을 그대로 이행하라고 강제하지만 말고 부동산 투기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