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암호화, TTA 표준 확정...가전사 반대로 현실 적용은 쉽지 않아

지상파TV UHD 콘텐츠 암호화 기술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표준으로 채택됐다. 다만 유료방송사업자는 이 기술을 적용받지 않는다.

TTA는 지상파TV 암호화 항목이 포함된 `지상파 UHD 송수신 정합` 기술을 UHD TV 표준으로 채택했다.(본지 4월 28일자 8면 참조)

지상파TV를 암호화하는 `콘텐츠 보호`는 TV단말기에 별도 암호화 해제 장치가 있어야만 지상파UHD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UHD 콘텐츠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방송 신호 암호화 기술을 지상파TV UHD 콘텐츠에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통신3사는 총회 시작 때 `콘텐츠 보호`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어야만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상파TV가 이를 수용하면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사 또한 총회 때 콘텐츠 암호화를 기술표준으로 정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TV 단말기에 적용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블TV가 `콘텐츠 보호`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나머지 사업자가 찬성하면서 총회를 통과했다.

유료방송사업자와 가전사가 별도 암호화 해제 장치를 마련해야 돼 논란이 됐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실시간 재송신료(CPS) 협상에서 지상파가 암호화된 콘텐츠를 협상 도구로 사용할까 우려했다.

가전사는 기존 판매된 UHD TV에 별도 암호화 해제 장치 탑재 비용 문제로 반대했다. 국내용 TV를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콘텐츠 암호화는 해외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기 때문이다.

이 표준은 미국식(ATSC 3.0) 표준안을 기반으로 방송사, 가전사, ETRI 등 산학연 합의하에 결정됐다.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방송표준방식 협의회`가 미국식(ATSC3.0) 표준과 유럽식(DVB-T2) 표준을 비교·검토 중이다. 다음 달 초 공청회를 거쳐 국내 방송 환경에 적합한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을 미래창조과학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지상파TV 암호화 기술이 TTA UHD TV 기술 표준으로는 정해졌지만 가전사가 현실 적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수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사가 반대하는 이유는 가전사에 비용 부담이 전가된다는 점이다. 가전사는 수신제한시스템(CAS) 솔루션 탑재를 위한 기술개발과 솔루션 사용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 UHD TV 판매량은 약 100만대로 추정된다.

또 가전사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용 TV를 별도로 개발하는 불편이 생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표준에는 동의하지만 TV에 적용하기 위한 세부사항은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TV 시청자의 약 93%가 유료방송을 이용하는 만큼 가전사가 전체 UHD TV에 암호화 기술을 탑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세부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산 TV를 구입하거나 역직구 등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는 암호화된 지상파 UHD TV를 볼 수 없어 다양한 문제가 우려된다.

지상파TV 측은 콘텐츠 보호를 위해 암호화 기술을 TV단말기에 적용할 계획이다. 콘텐츠 보호를 위한 가전사가 부담해야 될 비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상파TV 관계자는 “HDTV때 콘텐츠 암호화를 하지 못해서 저작권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UHD TV 콘텐츠는 HD에 비해 제작비가 몇 배 높기 때문에 더욱더 저작권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료방송업계에서도 지상파 암호화를 적용하면 셋톱박스에 추가로 CAS 모듈을 탑재해야 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이런 문제에 대비해 TTA 총회에서 지상파TV 암호화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지상파가 이를 받아들였다. 지상파 UHD TV표준에 유료방송사업자는 제외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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