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고부가 지능형 로봇 등한시…국제표준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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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지능형 로봇 국제 표준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나라 고부가가치 지능형 로봇 산업 기반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올 11월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개발위원회(TC)299에서 첫 총회가 열린다. TC299는 로봇 공학에 관한 표준개발위원회로 올 1월 신설했다. 지능형 로봇 국제표준에 관한 공식 논의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 산업은 청소로봇·서비스로봇처럼 당장 시장에서 상품화 가능한 영역만 활발하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술용 의료로봇, 제조업 안전로봇 분야는 산업 기반이 부실하다. 국내 의료용 로봇 기업은 표준화에 참여할 저변조차 없는 실정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2014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제조 기업 499곳 가운데 매출액이 있는 의료로봇 관련 기업은 7곳에 불과했다.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클러스터사업단장은 “의료·재활 로봇을 개발하는 우리 기업은 아직 국제 표준화에 참여할 여력조차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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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 작업도 당장 상품화 가능한 영역에 치우쳤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4월 교구용 로봇(KS B 7302), 건식 가정용 청소로봇(KS B 7303)을 인증대상 품목으로 지정했다. 올해 안에 교육보조로봇 인증 품목을 확대 지정할 예정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 위주로 국내 표준화를 진행한 것이다.

ISO TC299 워킹그룹(WG)1(용어 및 특성)·WG4(서비스 로봇 모듈화), 국제전기표준회의(IEC) TC59(청소로봇)는 의장도 맡고 있다. 그만큼 해당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표준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협동로봇 표준문서가 있는 ISO WG3(산업용 안전) 등에서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정책이나 기업전략도 당장 사업화 가능한 영역에 치우친다는 지적이다. 고부가가치 지능형 로봇 산업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용 로봇 시장을 잃어버렸다”면서 “당장 내 눈앞에만 신경 쓰는 것이 우리나라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청소 로봇 등 분야 위주로 국제 표준화 사업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김동호 국표원 기계소재표준과장은 “청소로봇 등 우리가 앞서 있는 분야를 위주로 표준화 경쟁에서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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