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기침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감기에 걸린다.`
지난 주말, 우리나라에 때 아닌 `감기 주의보`가 발동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공포가 현실이 되면서다. 아직은 초기 몸살 단계 수준이지만 언제 독감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다.
24일 우리나라 증시는 크게 요동쳤다. 하루 만에 주식시장에서 47조원이 증발했다. 현금인출기처럼 해외투자자들이 돈을 빼갔다. `ATM 코리아`가 재현됐다.
일일 코스피 지수변동폭은 108.80포인트였다. 금융기관들은 향후 코스피가 중장기적으로 급락해 1700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숱한 악재 속을 거닐고 있는 한국 경제에 브렉시트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겠지만 세계 경기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경기 하강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브렉시트라는 선례가 생기면서 작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EU를 탈퇴하려는 국가가 생길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스펙시트(스페인), 그렉시트(그리스) 현실화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브렉시트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긴 어렵다. `블랙스완`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당분간 영국을 포함한 유럽이 불확실성과 리스크 안갯속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아주 깜깜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으면서도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그레이스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결정짓고 발표한다. 최대 관심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이다. 수출활력 약화, 가계부채 확대, 청년실업 증가와 같은 현안을 재정보강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계는 20조원대 `수퍼 추경`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라는 또 다른 변수 등장으로 추경 규모가 어느 정도로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애초 정부가 산정한 것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감기는 오래 놔두면 합병증을 초래한다. 조기 처방책이 중요하다. 브렉시트 대응을 위한 `리스크` 관리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하는 이유다. 그레이스완을 화이트스완으로 바꿔야 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사전에 충분히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독감을 피할 수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