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방송통신발전기금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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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1473억원. 지난해 정부가 방송통신사업자로부터 거둬들여서 운영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6209억원, 방송통신위원회가 1647억원을 각각 집행하고 있다. 일반 시청자는 잘 알지 못하는 방송통신 산업 분야의 특수목적 기금이다.

흔히 방송은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고 시청률에 따라 광고가 거래되는 산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누구는 일약 스타가 돼 큰돈을 벌고 누구는 스캔들로 망신을 당하는 그런 사회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방송사업자에게 방송 현장은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재무 성과로 경쟁하는 시장이 된지 오래다. 전통으로 좋은 방송의 척도이던 방송의 공익성은 사업 성과로 대체됐고, 매출액과 이익을 놓고 방송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산업이 됐다.

정부 허가나 승인을 받는 지상파 방송, 홈쇼핑 채널, 종편과 보도채널,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방송 사업자는 재무 성과의 일정 비율을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통상 국가 예산과 더불어 국가 재정 운용의 한 축인 기금은 `특정한 목적 수행을 위해 세입세출 예산 외로 운영되는 재정 활동`으로, 흔히 `제3의 예산`이라 불린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방송사업자가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 납부하는 부담금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산한 2016년 부과액은 약 226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에도 세입세출 예산에 비해 기금에 대한 외부 통제는 느슨하다. 국가 정책과의 연계 강화와 공공자금 운용의 탄력성을 제고한다는 목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느슨한 통제 탓에 납부자의 부담은 점차 늘어나는 반면에 방만한 기금 운용, 일반회계나 특별회계 사업과의 중복, 정부회계의 다중구조화, 지출에 대한 통제 장치 결여 등 부작용이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는 게 감사원 보고서의 평가다.

실제로 그동안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둘러싼 방송사업자의 불만이 지속 제기됐다. 첫째 방송사업자 부담금 제도가 주파수 사용 또는 독점 사업권 획득으로 제한된 경쟁을 하는 방송사업자로부터 초과 이윤을 환수한다는 논리에 의해 뒷받침돼 왔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방송 시장의 경쟁이 가속되고 시장 진입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방송사업자 부담금 제도에 대한 근거를 재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과 플랫폼 간 경계가 무너지고, 채널 사용 사업자 역시 다변화되면서 독점 이윤의 환수라는 기존 논리의 정당성은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째 분담금 부과와 관련해 기금 징수 시점, 징수율, 징수 대상의 선정, 부담금의 부과 기준 등에서 합당한 기준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분담금 산정 기준이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상이하고, 유료방송 사업자 간에도 케이블TV·위성방송·IPTV 사업자가 다르며, 종편채널·보도채널·홈쇼핑채널 등에도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징수율은 현재 관계법 상한의 범위 내에서 방송 운용의 공공성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정부가 고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징수율 산정 기준을 평가해 징수율 산정에 반영하는 방법이 명확히 개발돼 있지 않다 보니 그 기준 설정이 합리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지속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방송통신발전기금은 기금은 도입과 운용의 정당성에도 부담금 징수 및 사업 집행에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명백히 존재한다. 기금 조성의 목표가 방송의 공공성 보장, 디지털방송 전환 지원 등 공공 인프라 확보, 방송통신 융합기술·서비스 연구개발(R&D) 등 방송통신 정책 추진을 위한 공공 재원 확보 등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러한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에 기금 집행을 집중, 기금 운용의 합목적성과 정당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hajy8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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