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삼성이 뉴욕 `도살장 거리`에 `삼성 837` 문 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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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의욕적으로 선보인 마케팅센터 `삼성 837` 전경. 지역 특색에 맞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려낸 이 건물에는 기술에 문화를 입히려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 스트리트 837번지. 허드슨강과 불과 1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삼성전자 뉴욕 마케팅센터 `삼성 837`이 있다. 올해 2월말 문을 연 날로부터 꼭 넉 달째가 되는 21일 이곳을 찾았다. 지상 6층인 센터의 3~6층은 사무실이고 나머지 1~2층이 일반인을 맞는다.

삼성 837이 터 잡은 곳은 `미트패킹(Meatpacking) 지구`로 불린다. 말 그대로 도살장과 정육점 밀집 지역이었다. 그만큼 뉴욕에선 낙후된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10여년 전부터 임대료가 저렴한 이곳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지금은 뉴욕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로 변모했다. 삼성 837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낡은 고가를 공중공원으로 바꾼 `하이라인 파크`와 아름답기로 유명한 `휘트니 미술관`이 걸어서 5분 거리다.

이처럼 삼성 837은 자리한 곳부터가 전략적이다. `기술과 문화의 접목`이라는 콘셉트에 딱 맞아떨어지는 자리를 찾은 셈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하며 `문화의 힘`을 절감할 때가 많았다.

기술로는 이기면서도 감성으로는 지는 경기를 펼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한 것이다. 삼성 837은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적의 심장부에서 정면승부의 신호탄을 쏜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 837 마케팅 디렉터인 레이(H. L. Ray) 씨는 “이곳에서는 기술 체험은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까지 만날 수 있다”면서 “단순히 제품 체험과 상담 위주인 애플스토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려 미술관처럼 꾸민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55인치 모니터 96개를 이어붙인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스크린이 눈에 띄었다. 무대와 객석, 음향·조명시설까지 갖춘 완벽한 공연장이었다. 한 번에 7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신제품을 발표하거나 음악공연 등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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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837을 찾은 방문객은 55인치 모니터 96개를 이어붙인 대형 스크린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객석과 음향장치 등을 갖춰 각종 공연장 등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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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개의 삼성전자 제품으로 이뤄진 비디오 아트 터널 `소셜 갤럭시`는 삼성 837에서 만난 가장 흥미로운 전시물이었다. 삼성은 이처럼 전위예술을 차용해 문화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소셜 갤럭시`도 인상적이었다. 백남준 작품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갤럭시S6·갤럭시노트5·갤럭시탭 E 등 삼성전자 제품으로 만든 대형 터널이다. 열 명이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로 컸다.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비디오 아트로 표현했다. 1층과 2층 중간 중간 삼성 모바일 제품이나 가상현실(VR) 등을 체험하거나 상담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카페가 통째로 입점해 있어 도넛을 살 수 있을 정도다.

이날 공식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가 넘어서면서 하나 둘 방문객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셀피를 찍은 뒤 대형 스크린에 모자이크로 자신의 얼굴이 나오자 크게 웃는 관광객도 보였다.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라고 한다. 지난 넉 달 간 15만명이 다녀갔다. 삼성전자가 삼성 837 같은 공간을 세계 곳곳으로 확대한다면 `기술+문화`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힘을 받을 듯싶었다. 레이 디렉터는 “하루 평균 1000~2000명 정도가 방문한다”면서 “삼성 837이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뉴욕(미국)=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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