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칼에서 배당금으로 약 1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 발생 이후 대한항공,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등 한진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사실상 `무직` 상태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에 11억원 이상 배당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보통주 1주당 75원, 우선주 1주당 100원 현금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0.4%, 우선주 0.8%이며 배당금 총액은 40억1100만원을 기록했다.
한진칼 최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당시 한진칼 지분 942만주를 보유해 7억700만원을 현금배당 받았다.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는 9858만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983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당시 조원태 부사장(131만4532주) 다음으로 한진칼 주식을 많이 보유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131만3097주)은 9848만원을 현금배당 받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 때문에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정석인하학원 등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또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나 경영일선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2014년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칼 지분 131만여주를 보유하게 되면서 매년 1억원을 배당받았다. 지난 17일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15만7590주를 추가로 매입해 총 147만687주를 보유하게 돼, 내년 배당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진칼은 지난해 매출액 722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6% 성장했지만 2052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배당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집행했다. 이로 인해 한진칼이 계열사 지원보다 오너 일가 `곳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5930억원, 2014년 6129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 적자를 보고 있지만 오너 일가는 한진칼을 통해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며 “조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연봉 2.9%만 인상했지만 한진칼에서 60%가량 인상하는 방식으로 연봉을 높였고 조 전 부사장은 아무일도 하지 않고도 1억원가량 배당받았다”고 주장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사로 대한항공(31.46%), 정석기업(48.27%), ㈜한진(21.63%) 등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는 한진칼 지분 29.52%를 조유한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있다. 즉 오너 일가는 한진칼 보유 지분으로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배당금을 지불한 회사 역시 한진칼, 정석기업, 진에어, ㈜한진 등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곳 뿐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연결실적으로는 적자를 봤지만 개별실적에서 96억원가량 이익을 봤기 때문에 주주가치 실현 차원에서 배당을 실시한 것”이라며 “오너 일가에 돈을 몰아주기 위해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배당 재원이 있으면 주주들에게 나눠주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