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요인도 급증한다. 때로는 반복된 자극으로 스트레스가 공포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공포증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한 물건, 환경, 또는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대인기피증 등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포증부터 거울공포증, 선단공포증 등 드문 사례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촉발된 화학물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피해를 끼친 것으로 지목된 옥시 제품은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이 대표 사례다. 옥시 불매운동 및 유통업체 판매 중단과 맞물리면서 옥시 제품 판매량이 급감, 사실상 퇴출 수준이 됐다.
여기에 최근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해물질 가운데 한 종류가 공기청정기, 에어컨, 자동차용 에어컨 등의 항균필터에 사용된 것이 알려지면서 불안감과 공포가 더욱 커졌다. 가습기 살균제로 큰 충격을 받은 국민은 필터 사태를 겪으면서 화학물질이 사용된 생활용품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믿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들린다.
하지만 무작정 피하기엔 우리 주변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너무나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기보다 공포를 알고 이를 극복하려는 치료다.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포가 어떤 요인으로부터 생겨났는지, 그로 인한 공포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다. 화학물질로 인한 공포증인 만큼 먼저 화학물질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진단과 치료는 정부 몫이다. 먼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현재 사용되는 제품들을 전수 검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사후에 유통되는 제품을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태가 발생하고 사후 대응만 해서는 공포증 확산을 막을 수 없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