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꾸준한 성적향상 보이지만…낙제기관 패널티 실효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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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반장식 경영평가 단장, 송언석 차관,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제공>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 개혁` 어젠다가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실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4년도에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해소`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지난해엔 `기능조정`과 `경영 실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체 성적은 `거북이걸음이지만 향상`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취임 후 공공 부문 대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이듬해 발표된 경영평가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안전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기관이 많았다. D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만 30개에 이르렀다.

2014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이 부채를 줄이고 방만 경영을 해소하는 노력에 힘입어 D등급 이하 기관이 절반인 15개로 줄었다. A등급 기관은 2개에서 15개, C등급 이상은 87개에서 101개로 각각 늘었다.

2015년도는 전년보다 한층 개선된 성적을 보였다. 116개 기관 가운데 A등급은 20개, 전년도보다 5개 늘었다. B등급 이상이 7개 증가(66→73)한 반면에 성과급 미지급 대상인 D등급 이하는 2개 감소(15→13)했다.

전년도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문은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지난해 116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운영의 적절성`에 별도 지표(2점)를 신설, 최대 1점 가점을 부여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전반에 걸쳐 개선된 주요 요인이다.

기능조정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불필요한 기능을 정리하고 핵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기능조정 이행 실적을 평가에 반영했다.

한국감정원은 감정평가업무 철수에 따른 수익 감소에 대비해 부동산 공시·통계조사, 녹색건축 인증업무 등 대체 수익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전년도에 이어 2015년도에도 A등급을 받았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확정측량 업무의 단계별 민간 이양을 위해 민간 협회와의 협약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 성과 등을 인정받아 A등급을 받았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성과는 경영 실적 개선이다. 정부는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메르스 사태 등 대내외의 어려움에도 당기순이익 12조5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경영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은 2012년 적자(〃2조원)에서 2013년 흑자(5조4000억원)로 전환한 후 2014년 11조3000억원, 2015년 12조5000억원으로 지속 개선 추세에 있다.

기관장 경영성과협약 이행 실적에서도 전년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임기 중 1회 실시하는 기관장 경영성과협약 이행 실적,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를 지난해 시행했다. 평가 결과 `우수` 등급은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6명으로 나타났다. 전년에는 2명에 불과했다. `보통` 등급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41명으로 전년(17명)보다 24명 늘었다.

◇`낙제점` 기관…뾰족한 처방이 없어

공공기관의 경영 실적은 지속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 120개 공공기관이 결정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올해 평가 결과가 지난해보다 개선되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낙제점을 받은 기관들이다. D등급 이하 기관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13개나 된다. 전년에 이어 연속으로 D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은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4개다.

정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 차등 지급, 인사 조치, 차년도 예산 반영 등에 나선다. 하지만 낙제점을 받은 기관에 부여하는 패널티가 향후 개선을 끌어낼 만큼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D등급을 받은 9개 기관 가운데 3개 기관(대한석탄공사,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수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나머지 6개 기관의 수장은 2015년 하반기 이후 임명됐다는 점을 고려, 경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E등급인 4개 기관(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국제방송교류재단,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수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지만 재임기간 요건(2015년 말 기준 6개월 이상)에 미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이번 평가로 강력한 제재를 받은 기관은 한 곳도 없는 셈이다.

다른 패널티도 강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는 D등급 이하 기관에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앞으로 경영 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내년도 경상경비 조정 등 공공기관 예산 편성에도 평가 결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아직 우리 공공기관이 가야 할 길은 멀다”면서 “우리 경제는 대내외의 불확실성 속에 경제 패러다임이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으며,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유 부총리는 “적극 개혁으로 공공기관의 기능을 핵심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면서 “성과연봉제의 성공 확산, 기능 조정의 차질 없는 이행으로 실질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