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에서 소프트웨어(SW)를 떼어낸 `깡통 스위치(화이트박스)` 공습이 시작됐다. 엣지코어 등 글로벌 화이트박스 기업이 국내 네트워크 시장을 공략한다. 성장 잠재성이 큰 차세대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국내 네트워크 SW 개발 기업과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조지 싸파리안 엣지코어 CEO가 곧 방한한다. 이달 2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코리아 인터넷 콘퍼런스(KRnet) 2016`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행사 전후 비공식적으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개발업체와 만나 스위치·라우터 장비 개발과 국내 시장 공급 방안을 논의한다.
한 SDN 개발업체 대표는 “엣지코어가 늘어나는 화이트박스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업체와 다각적으로 협력하길 원한다”며 “기존 엣지코어와 협업이 없진 않았지만 CEO가 직접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화이트박스는 `비어 있는 기기`라는 뜻으로 정보기술(IT) 장비 업계에서 많이 쓴다. 완제품 전 SW를 설치하지 않은 스위치·라우터가 대표적인 화이트박스다. 엣지코어는 글로벌 화이트박스 제품 판매 업체로 네트워크 장비 업체 `액톤`의 자회사다. 대만계인 액톤도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8900억원 넘게 벌어들이는 장비 제조 전문업체다.
엣지코어가 국내 시장을 넘보는 것은 SDN 시장이 도입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인천 유시티를 비롯해 일부 데이터센터가 SDN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시스코 등 완제품 장비로도 SDN을 구축할 수 있지만 화이트박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HPE아루바, 주니퍼 등 전통적 네트워크 장비업체도 화이트박스에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가트너는 SDN 시장 초기에 화이트박스 제품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가 그 시점이란 게 업계 평가다.
엣지코어와 국내 SDN 업체가 파트너십을 맺으면 국내 데이터센터에 맞춤형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엣지코어 화이트박스에 국내 업체가 개발한 SDN 제어기·네트워크 운용체계(OS) 등을 설치해 기업이 원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엣지코어와 협업을 진행하는 업체로 쿨클라우드, 나임네트웍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SDN 업체 뿐 아니라 HPE아루바, 빅스위치네트웍스 등 SDN 사업을 준비하는 글로벌 기업과도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시장에 SDN 관련 장비를 공급하며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엣지코어는 국내 유통 체계도 개선한다. 기존 장비를 판매하던 유통사 구조를 개편해 국내 시장에 맞는 판매망을 갖출 예정이다.
한 네트워크 장비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SDN 수요가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고객 맞춤형 영업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엣지코어의 전략”이라며 “네트워크 시장 전반에 엣지코어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토대를 닦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SDN 시장 규모 (자료 : 오픈플로우코리아)>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