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에는 물, 공포, 재난 등 유행하는 코드들이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해적' 등이 흥행을 거뒀으며 올해에도 이러한 작품들이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히어로’. 일반인을 상회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문에 히어로는 존경의 대상이자 항상 멋있는 이미지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깬 개성 넘치는 히어로들도 다수 존재한다. ‘닌자터틀’, ‘쿵푸팬더’, ‘변태가면’ 등 외모는 우스꽝스럽지만 올곧은 마음을 가진 히어로들이 친근함을 무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든다.
◇ ‘닌자터틀’, 사춘기를 겪은 ‘거북이 특공대’
30여 년 전 ‘거북이 특공대’로 세상에 선을 보인 일명 ‘닌자 거북이’는 오랜 기간 동안 어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피자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돌연변이 거북이들은 생김새는 우스꽝스럽고 어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지구를 지키려는 그 마음만큼은 순수하고 강렬했다.
인간과는 많이 다른 외모 때문에 하수구에 숨어 사는 신세인 거북이들은 어느덧 사춘기를 겪게 됐다. 레오나르도와 도나텔로는 보수적인, 라파엘과 미켈란젤로는 진보적인 성향을 내비친다. 정체를 숨기며 살아야 한다는 원칙과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는 욕망이 부딪치게 된다.
고민도 잠시, 악당과 싸우는 거북이 4총사의 화끈한 액션은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 시원함만큼 거북이들의 사춘기도 쉬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 ‘쿵푸팬더’, 중국풍 옷을 입은 ‘미국산 히어로’
팬더가 쿵푸를 한다는 발상은 그 상상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쿵푸라는 중국 무술에 미국식 유머 코드를 장착한 자이언트 판다 포는 이름에서부터 푸근한 이미지를 준다. 게으른 무사태평 팬더의 성격을 반영하듯 포는 먹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에는 도무지 소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용의 전사’가 된 이후에도 포의 친근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실수를 밥 먹듯 하며, 동네 푼수 형 혹은 오빠 같은 편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다. 세 편의 시리즈를 지나며 이제는 어엿한 마스터(스승)가 된 포의 모습은 걱정했던 형의 성공한 모습을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 ‘변태가면’, ○○는 나의 힘!
전학 온 여학생에게 첫 눈에 반한 착한 주인공이 위기의 순간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게 된다. 수많은 히어로들의 능력을 기대했지만, 그의 DNA를 자극했던 건 다름 아닌 여자의 팬티였다.
지극히 일본스러운 향기가 물씬 풍기는 ‘변태가면’은 전설적인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의 복장을 비롯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관객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변태가면’은 이제까지 언급했던, 그리고 여타의 히어로 중에 가장 마니악스러운 캐릭터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B급 정서를 바탕으로 한 뻔한 전개의 야한 작품이지만, 오히려 야하지 않으며 재미마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변태가면’ 만의 매력이다.
이처럼 친근한 히어로들이 관객들과 거리를 좁히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들 순수하며,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착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외모쯤이야 좀 이상해도 괜찮아”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