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모델 늘리는 일본車…“디젤차 때릴 때가 기회”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디젤 차량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는 틈을 타서 하이브리드차(HEV) 라인업을 강화한다. 전기차 성장이 부진한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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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프리우스` 4세대 모델 (제공=한국토요타자동차)

13일 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HEV(PHEV 포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1% 증가한 4807대를 기록했다. 이는 친환경 수입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1년 전체 HEV 판매량(3925대)보다도 22.5% 많은 규모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HEV는 대부분이 일본차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차 국내 판매량도 높은 성장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HEV를 판매 중인 렉서스는 올 들어 5월까지 321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9.9% 성장했다. 토요타 역시 지난 4월부터 고객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신형 프리우스를 앞세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성장한 3117대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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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ES300h` (제공=한국토요타)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 대표는 “렉서스는 국내에서 6종 HEV 모델을 판매하고 있고 전체 렉서스 판매량 중 80%를 HEV가 차지하고 있다”며 “토요타 브랜드 역시 올해 캠리 HEV, 라브4 HEV, 프리우스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전체 판매의 50%를 HEV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경부로부터 디젤 SUV `캐시카이` 판매 중지 조치를 받은 한국닛산은 하반기 `올뉴 무라노 HEV`로 반전을 꾀한다. 캐시카이는 한국닛산 전체 판매 40% 이상을 차지한 주력모델이다. 캐시카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한국닛산 올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상황이다.

9월 출시하는 올뉴 무라노 HEV는 2.5리터 QR25 수퍼 차저 엔진과 15㎾ 전기모터를 조합해 최고출력 253마력 성능을 자랑한다. 1모터·2클러치 방식을 적용해 공인 연비가 2세대 가솔린 모델 대비 약 35% 향상된 리터당 11.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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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하이브리드 중형 SUV `올뉴 무라노`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혼다코리아는 내년 국내 시장에 어코드 HEV를 출시할 예정이다. 어코드 HEV는 `SPORT HYBRID i-MMD` 시스템을 적용해 일본 기준 공인연비가 기존 30㎞/ℓ에서 31.6㎞/ℓ로 향상됐다. 이 시스템은 2.0리터 가솔린 엔진이 고속주행 시에는 바퀴를 직접 구동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모터에 사용되는 전기를 발전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혼다코리아는 해외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HEV 국내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2008년 혼다가 수입차 시장에서 CR-V, 어코드를 앞세워 판매 1위를 차지한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은 줄곧 독일차 업체들이 독주해왔다”며 “디젤 차량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친환경 모델을 늘려 `수입차=친환경`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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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어코드 하이브리드`

한편 독일차 제조사는 정부의 `디젤 때리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성장세를 기록 중인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6.5%) 단 하나뿐이다. 같은 기간 BMW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0.7% 감소했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지난해 `디젤게이트` 여파까지 겹치면서 각각 17.4%, 25.7% 줄었다. 이에 신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배제하고 가솔린 모델을 우선 출시하거나 PHEV 등 친환경 모델을 확충하고 있다.

한 독일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디젤차를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주범으로 몰아가면서 독일차뿐만 아니라 유럽차 전체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디젤의 유해성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이 변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모델 확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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