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 20분. 또 다시 버스를 타고 50여분을 달려 도착한 시즈오카현 코사이시. 조그만 마을을 지나 녹음이 우거진 곳에 다다르니 차량용 배터리회사 PEVE(Primearth EV Energy) 본사와 오오모리 공장이 나타났다. 배터리공장이라 화학공장 특유의 냄새를 예상했지만 비까지 내려 풀냄새가 진동했다.
PEVE는 1996년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6대 4로 합작해 만든 하이브리드·전기차용 배터리 회사다. 지금은 토요타가 80.5%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계획이 대부분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에 맞춰져 있다. 20년 전 200명이었던 직원은 3700명으로 늘었고 누적 판매 900만대를 돌파했다. 900만대를 판매하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배터리 리콜이 없었다는 것은 PEVE와 토요타의 자부심이다.
PEVE는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전기자동차용 니켈수소(Ni-MH)·리튬이온(Li-ion) 배터리를 개발하고 생산한다. 토요타에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팩은 100% PEVE가 공급한다. 전체 생산능력은 연간 160만대. 코사이의 오오모리 공장에서는 니켈수소 50만대와 리튬이온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오오모리 공장은 4개의 공장과 3개의 시험동·품질동·보전동·기술동, 본관 등으로 이뤄졌다.
취재진이 방문한 3공장에서는 셀에 들어가는 음극재와 양극재를 혼합하는 공정부터 셀을 제작하고 모듈을 만드는 공정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1층과 2층에서 셀에 들어가는 재료를 혼합해 3층에서는 셀을 만들고 4층에서 모듈을 조립하는 형태다.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져 셀을 검사하는 공정과 모듈 조립 공정에 이르러서야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첨단 장비가 제작했다고 해도 마지막 검수는 반드시 사람 눈을 거친다. 셀 제작에 필요한 장비들을 관리하는 것도 사람 몫이다. 모듈 조립 공정에서는 처음으로 컨베이어 벨트가 나타난다. 작업자 테이블 앞에는 명함이 붙어있는데, 이 명함은 이 사람이 얼마나 숙련된 노동자인지를 보여준다. 경력에 따라 회사는 작업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생산된 배터리팩은 전수 조사를 받는다. 각 공정별로 검수가 필수지만, 자동차에 쓰이려면 진동·충격·고온 등의 극한 테스트도 받아야 한다. 20년 동안 리콜이 전무했던 기록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엄격한 품질은 배터리 제조의 철학이 됐다.
우메자와 타카시 오오모리 공장장은 “자동차용으로 사용되는 배터리는 안심,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며 “고품질, 고성능을 추구하고 거기에서 신뢰도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에 대한 PEVE의 철학은 짙푸른 녹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곳 공장의 이름인 `오오모리`는 한자로 큰 숲(大森)이라는 뜻이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이름에 담았다.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기 전 이 곳은 숲이었다. 코사이시에서는 개발을 하더라도 큰 숲은 지켜주기를 요청했고 토요타는 이를 위해 미야와키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개발을 하더라도 생태계를 최대한 복원하는 방식으로, 이를 주장한 미야와키 교수의 이름을 땄다. PEVE는 부지면적 16만7000㎡ 중 약 40%인 6만7000㎡을 녹지로 확보하고 그 중 경사면 5만㎡에는 약 5만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외래종은 하나도 없이 현지 유래 수종을 선택함으로써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다시금 숲이 우거지도록 만들었다.
PEVE 총무부의 우스이씨는 “개발 당시 발견되었던 멸종 위기종을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겨두었다가 비오톱을 조성한 후 다시 옮겨 원래 살던 곳에 자연스럽게 서식할 수 있게 했다”며 “앞으로도 제조업과 자연보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지키며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사이(일본)=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