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휴대폰 다단계 시장 연 2000억원...1%에 못들면 `들러리`

주요 휴대폰 다단계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에 반발해 소송을 결정하면서 `이동통신 다단계`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상황에 따라 다단계 판매가 중단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국내 휴대폰 다단계 시장은 연간 2000억원이 넘고 판매자만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피해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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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다단계 시장, 연간 2000억원 규모

휴대폰 다단계 시장은 연간 2000억원 규모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주요업체 9개사 2014년 매출액 현황을 모두 더하면 2042억원이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은 통신상품을 취급하는 다단계 업체 수를 13개로 파악했다. 통계에서 빠진 3~4개사를 더하면 2000억원을 조금 웃돌 것으로 보인다. 활동하는 판매자 수는 수십 만명에 이른다. 중복 판매자와 다른 상품(화장품·건강식품 등) 판매자를 빼면 실제 휴대폰 다단계 종사자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통신3사 가운데 휴대폰 다단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LG유플러스다. 방통위 통계를 보면 이 회사 다단계 가입자는 29만여명으로, 전체 39만여명의 75%를 차지한다. LG유플러스와 가장 긴밀히 협력하는 다단계 업체가 IFCI다. 비교적 신생 업체인 IFCI는 지난해 말 비앤에스솔루션을 인수하면서 업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공정위 자료보다 훨씬 많은 30만명 이상이 판매자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이용하는 서울 강남 대치동 건물 전세권자는 LG유플러스다. 전세금만 6억원이다. LG유플러스는 “대리점 지원정책의 일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단계 어떻게 영업하나

휴대폰 다단계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판매구조를 가진다. 피라미드 구조를 따라 추가 가입자가 많을수록 내가 얻는 수익이 커진다. 업계에서는 일반 다단계 판매자를 `평민`으로 부른다. 이들은 휴대폰 개통수수료와 요율수당으로 가장 큰 수익을 올린다. 개통수수료는 5만원에서 최고 40만원에 달한다. 요율수당은 가입요금제의 4%에서 최고 20%를 받는다. 3만1000원 이하 요금제는 4%밖에 받지 못하지만, 10만원짜리 요금제는 20%를 받을 수 있다. 휴대폰 다단계에서 고가요금제 가입이 많은 이유다.

이에 더해 `승급포인트(PV)`를 지급한다. 승급 포인트는 요율수당과 동일하다. 요율수당 5만원을 받으면 승급포인트 5만점이 쌓인다. 이런 식으로 승급포인트 600만점을 쌓으면 `임원`에 해당하는 `골드`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골드에 오르면 피라미드 위계에서 자신 아래 있는 판매자의 수익을 일정부분(2%) 공유한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단계에서 가장 큰 유혹이다. 골드에 오르기 위해 자기 돈으로 승급포인트 600만점을 쌓는 사람도 있다. 고가 휴대폰 수십 대를 개통해야 가능하다. 다단계 피해 대표 사례다.

임원 등급은 골드에 이어 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다이아몬드-크라운-엠베서더-크라운 엠베서더-은퇴 단계로 구분한다. 물론 승급할수록 더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임원 자리에 올라 쉽게 돈을 버는 사람이 극소수일 것임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IFCI는 2014년 현재 10만명 넘는 판매원을 거느렸는데, 이 가운데 9만명 정도는 월 4만원도 벌지 못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 중에는 연간 한 푼도 벌지 못한 사람이 4만명이나 포함됐다. 최상위 1% 미만에 속한 사람만 연간 1000만원 넘는 돈을 벌었다. 1%에 들지 못하는 9만9000명은 `들러리`를 서는 셈이다.

◇SKT·KT “절대 안해”…LG유플러스 “일방 해지 어려워...시간 달라”

국내 최대 휴대폰 다단계 업체인 IFCI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인물은 권영성 대표사업자로 알려졌다.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다수의 다단계 홍보영상을 올린 권 대표는 모 신문의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말 이 신문이 주최한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인물`에서 `일자리창출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대형 다단계 업체 NEXT를 이끄는 김영균 대표는 2000년 LG텔레콤에 입사해 다단계 영업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IFCI를 발굴해 키운 것도 김 대표다.

SK텔레콤과 KT는 공식 통계에는 다단계 가입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다단계 영업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회사 관계자는 “판매점 차원에서 SK텔레콤, KT 이름으로 가입한 것이지 본사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 전혀 없다”면서 “앞으로도 다단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난감한 처지를 호소했다. 과거에 맺은 계약에 묶인 탓에 마음대로 다단계 지원을 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 심결에 따라 일반 대리점과 동일한 수준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주는 것으로 다단계 대리점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계약관계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해지를 할 수가 없다. 명분과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내부적으로 가진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법을 어긴 횟수가 누적된 대리점에 한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