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View] 대만 하이틴 무비 '나의 소녀시대', 대한민국을 설레게 하다

Photo Image
출처 : '나의 소녀시대' 포스터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에 이어 대만 하이틴 무비 ‘나의 소녀시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3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대만 영화 흥행 신기록 세웠다.

‘나의 소녀시대’는 1994년 대책 없이 용감했던 학창시절, 유덕화 마누라가 꿈인 평범한 소녀 린전신(송운화 분)과 학교를 주름잡는 비범한 소년 쉬타이위(왕대륙 분)의 첫사랑 밀어주기 작전을 그려낸 영화다.

주인공 린전신은 못생겼고 소심하지만 귀엽고 씩씩하다. 옆집 사는 퀸카에게 짝사랑 상대를 뺏기고 매일 이불킥을 부르는 흑역사를 써내려가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다소 유치하고 과장된 면도 있지만 그것은 학창시절에서만 가능한 특권이기 때문에 관객들을 훈훈하게 만든다. 첫사랑과 학창시절을 회상시키는 이 영화는 특히 90년대 이야기인 만큼 여러 세대의 공감을 사고 있다.

‘나의 소녀시대’ 홍보사 국외자들은 "90년대 배경이라 추억 코드가 있다. 그 안에서 진행되는 학창시절 첫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는다. 특히 이 영화는 성인이 된 여자가 학창시절 좋아했던 남자를 회상하면서 시작하고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관객들이 ‘나의 소녀시대’를 ‘학창시절 기억 조작 영화’라고 부른다. 즉 본인은 여고를 나왔는데, 남녀공학을 나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기 많은 남학생이 평범한 여자애를 좋아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영화인데도 판타지 같은 느낌을 준다”며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라 봄 극장가에서 돋보이는 톤의 영화인 것 같다. 좋은 영화를 재관람하는 ‘n차’ 찍는 관객들도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영화의 흥행은 한국에서 낯설었던 대만 배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의 흥행과 국내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배우들도 화답에 나섰다. 린전신 역의 송운화는 최근 SNS에 자발적으로 한국어 인사 영상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직접 촬영한 영상 속 송운화는 “안녕하세요. 저는 린전신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의 소녀시대'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 가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요”라며 서투른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전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쉬이타이 역의 왕대륙은 이번 영화 한 편으로 많은 한국팬을 갖게 됐는데, '나의 소녀시대' 수입배급사 오드 측은 영화 관객수가 20만 명을 돌파했을 때 “왕대륙이 대한민국 여심에 응답하기 위해 계획에 없던 내한을 확정했다. 6월5일부터 6일까지 방문한다”고 알렸다. 보통 국외 영화가 개봉 전 홍보 차원에서 내한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왕대륙의 경우는 영화가 잘된 후 그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방문을 결정한 것이라 더 의미가 깊다.

홍보사 국외자들은 “영화의 인기가 남자 주인공의 인기로 이어지는 것은 스토리와 그의 매력이 조합되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첫사랑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고 이야기 했다.

Photo Image
출처 : '나의 소녀시대' 스틸

사실 대만 영화는 한국영화계에서 주류가 아니다. 게다가 최근 국내에선 로맨스 작품이 침체된 상황이기 때문에 대만 로맨스 영화의 성공은 놀랍다. 물론 관객수 측면으로만 봤을 때 한국영화인 ‘해어화’ 등은 ‘나의 소녀시대’보다 더 잘됐지만,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홍보사 국외자들은 “대만이 아시아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맞는 것 같다. 한국영화 시장에서 대만 영화가 많진 않지만, ‘나의 소녀시대’ 이후 더욱 대만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라며 “아시아 영화가 잘됐다는 것 이상으로 이런 영화를 그동안 관객들이 기다렸던 것 같다. 현재 풋풋한 사랑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족시켜준 것 같다. 다만 이 작품이 ‘대만판 응답하라’로 불리는 것처럼, 기존 한국영화와 비교하기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남자 주인공인 류준열이란 배우가 인기를 얻은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로맨스 장르라서 잘 되는게 아니라 추억과 공감 코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