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차 베테랑 드러머 김선중이 첫 번째 정규앨범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를 발매했다. 그의 음악에는 드럼과 함께 동고동락한 인생이 묻어 있다.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드러머 김선중이 지난달 24일 첫 번째 정규앨범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를 발매했다. 케이맨(K.man)이라는 예명으로 지난 2014년부터 활동한 그는 앨범 전곡을 작사ㆍ작곡할 만큼 뛰어난 음악성을 과시했다.
타이틀곡 ‘아일 비 데어’는 김선중이 보컬뿐만 아니라 직접 드럼, 베이스, 피아노 연주까지 참여한 노래로, 경쾌한 멜로디와 피처링에 참여한 래퍼 디노의 래핑이 듣는 이들의 흥을 돋운다.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잔소리를 가사로 만들어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을 대변한 노래에요. 제목은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는 말의 사투리 ‘내가 니 아비데이’와 비슷한 ‘아일 비 데어’로 지었죠.”
이 곡은 특히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아아아비데이 아아아비데이 내가니 아비데이 내가니 아비데이’라는 구절이 반복돼 묘한 중독성을 느끼게 하며, 후렴이 끝난 후 이어지는 내레이션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아버지들의 푸념을 담았다.
“멜로디는 밝지만 가사를 깊게 이해하면 찡한 면이 있어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바쁘다 보니 자녀들과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아일 비 데어’는 자식들에게 ‘나는 항상 그 곳에, 네가 기댈 곳에 서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미술작가 안봉균과 협업해 만든 이번 앨범 재킷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안봉균 작가와는 어릴 때부터 알던 고향 친구였어요. 작년에 우연히 연락이 닿아서 전시회에 갔다가 다시 친해져서 부탁들 하게 됐죠. 제가 그림 쪽은 잘 모르지만 배색과 색상 등이 너무 잘 나왔어요. 미술 하는 분들은 이번 앨범을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계속 주문하고 있습니다. 2000장 가량 앨범을 만들어놨는데 벌써 1000장이 나갔어요.(웃음)”
김선중은 그동안 곡을 만들 때마다 여러 명의 보컬리스트들을 피처링으로 참여시켰다. 특히 박상민, 소찬휘 등 익숙한 이름을 가진 가수들도 꾸준히 그와 곡 작업을 함께 해왔다.
“케이맨이 노래를 잘 못하니까 실력 있는 가수들을 데려와서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게 해요. 박상민 선배는 같이 박상민 밴드로도 활동하면서 친분을 많이 쌓았고 소찬휘 씨도 예전부터 친한 후배였어요. 원래 ‘아일 비 데어’도 다른 가수가 부르기로 돼있었는데 갑자기 펑크가 난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제가 녹음을 하게 됐죠.”
김선중은 최근 밴드 연주를 책임지는 베이스와 드럼을 맡으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본인이 더욱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제가 발 벗고 더욱 열심히 활동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베이시스트나 드러머처럼 밴드 연주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부족해지고 있어서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선보일 기회도 보컬에 비해 적을뿐더러 먹고 살기도 마땅치 않아요. 그러다보니 드러머 한 명이 여러 밴드의 드럼을 맡기도 하고 심지어 트로트 음악에서까지 드럼을 치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있죠. 제가 더 노력해서 연주음악을 하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제2의 김선중을 만들기 위해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후배 드러머들을 향해 애정 어린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요즘 학생들의 실력은 무척 뛰어난데 자신만의 특징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폼 나는 드러머들의 연주 영상을 따라 하기에만 급급하죠. 모방을 하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되는데 너무 멋있는 것만 따라하려다 보니 본인만의 개성을 못 만들고 있어요. 후배들에게 본인만의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훨씬 좋은 드러머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끝으로 그는 본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앞으로 더 좋은 음악 만들어서 여러분들의 귀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요즘 경기도 좋지 않고 힘들게 사는 분들도 많은데 케이맨의 노래는 유쾌하고 재밌으니까 한 번쯤 듣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