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에서 발을 내리고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앞 차를 따라서 부드럽게 주행했다. 처음에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이내 신기한 마음이 커졌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80~100㎞ 속도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주차장에서도 버튼만 누르면 손과 발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차량 스스로 빈 공간을 찾고, 주차를 했다. 자율주행 시대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은 분명했다.
지난 24일 인천 왕산 마리나에서 개최된 `더 뉴 E클래스 프리뷰` 행사에서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차량을 타고 특수 상황에서 `인텔리전스 드라이브` 성능에 대한 체험과 인천공항 전망대를 다녀오는 일반도로 20㎞ 구간에서 시승을 진행했다. 특히 인텔리전스 드라이브 체험은 주행 중 사람이나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제동하는 성능과 진일보한 자동주차 기능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E클래스는 1947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70년간 1300만여대가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 주력모델이다. 1960년대 세계 최초로 승객안전차체를 도입했고 2007년에는 블루텍 기술을, 2014년에는 9단 G트로닉 변속기를 처음으로 적용하는 등 혁신을 거듭해온 모델이다. 10세대 모델은 S클래스와 C클래스에서 선보인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정체성)와 E클래스 고유 디자인 특성을 접목시켰다.
외관을 살펴보면 전면부는 S클래스를, 후면부는 C클래스를 닮았다. 특히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드에 세워진 `삼각별` 엠블럼이 S클래스의 중후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E클래스를 상징하는 `4아이(Four-eyes)` 헤드램프는 4개의 주간주행등(DRL)으로 표현해 다른 차량과 차별을 뒀다. 범퍼 하단에는 대형 에어인테이커(공기흡입구)를 장착해 고성능 모델 이미지를 강조했다. 측면부는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뤄 차체가 길어보이게 연출했다. 특히 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선을 완만하게 만들어 공기저항성을 낮추고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실내공간은 단순하면서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에 위치한 4개의 환풍구와 진짜 나무를 사용한 우드트림은 S클래스를 연상시킨다. 클러스터 페시아(계기판)와 중앙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하는 12.3인치 와이드 LCD로 각각 제작됐다. 처음에는 기존 계기판에 붙어있던 숫자판, 바늘 등이 사라지고 LCD 화면으로 대체되면서 다소 밋밋해보였지만 시동을 켜는 순간 화려한 그래픽의 디지털 계기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앙 디스플레이도 옆으로 넓어서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등 기능을 사용할 때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뒷좌석은 크게 넓은 편은 아니다. 신장 180㎝ 성인 남성이 앉을 경우 무릎공간과 머리 위 공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 또 좌석 각도가 뒤로 5도가량 더 기울어져 있었으면 좀 더 안락한 느낌을 줬을 것 같았다. E클래스가 쇼퍼드리븐카(기사를 두는 차량)가 아니지만, 패밀리 세단으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G트로닉 변속기를 장착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41마력, 최대토크 37.7㎏·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6.3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가속력을 갖췄다.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힘은 동급 디젤엔진보다 뛰어났다. 가속페달에 힘을 싣기 무섭게 속도가 올라갔다. 터보엔진 특유 `터보랙(RPM이 바로 오르지 않아 반응성이 늦는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4륜 구동방식으로 안정적인 고속 주행이 가능했다.
더뉴 E클래스의 묘미는 `드라이빙 파일럿`과 `파킹 파일럿` 등 자율주행 기능에 있었다. 우선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앞의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장애물 등과 충돌이 우려되는 경우 이를 경고하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차를 세웠다. 시속 60㎞ 속도로 달리다가 전방에 있던 자동차 모형이나 더미 앞에 아슬아슬하게 멈춰 섰다.
`파킹 파일럿`은 주차장에서 차량이 알아서 빈자리를 찾고, 스스로 주차를 하는 기능이다. 실제로 차량이 빈공간을 확인하면 손과 발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전면주차, 후면주차, 평행주차 등 모든 주차가 가능했다. 앞·뒤·좌·우 1m 여유만 있으면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출차 시에도 방향만 지정하면 차량이 알아서 나갔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유용한 기능처럼 보였다.
일반도로에서도 손과 발은 자유로웠다.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 기능과 스티어링 파일럿 기능이 결합된 드라이빙 파일럿 기능은 자율주행에 근접한 움직임을 보였다. 차선을 따라서 달리는 것은 물론,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도 앞차의 주행궤적을 그대로 뒤쫓아갔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앞 차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피하자, 스티어링휠 조작 없이 똑같이 피했다. 이 기능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최대 60초, 최고속도 시속 130㎞까지 작동했다.
벤츠코리아는 다음 달 말부터 디젤 엔진을 장착한 E220d,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E300, 가솔린 엔진에 4륜구동이 조합된 E300 4매틱, 디젤 모델 E350d, 가솔린 모델 E200, E400 4매틱과 디젤 모델 E220d 4매틱 등 7개 제품군을 연내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판매 가격은 6560만원부터 7800만원으로 책정됐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