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자 그랜빌 스탠리 홀(Granville Stanley Hall)이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표현했을 만큼 청소년들은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다.
하지만 어른들은 청소년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보호하거나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몇몇 청소년들은 극심한 성장통을 겪게 되고 이른 나이에 인생 자체가 망가져버리는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2016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이하 ‘릴-레이’)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청소년극 축제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놓인 이들을 어른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릴-레이’ 기자간담회에는 이래은 연출, 류장현 안무 연출, 유홍영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이날 세 사람은 청소년극이 가진 의미와 올해 ‘릴-레이’가 선보이는 작품 ‘고등어’, ‘죽고 싶지 않아’에 대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고등어’는 지난해 열린 ‘2015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 – 창작희곡 낭독 쇼케이스’에서 여중생의 감수성을 기발하게 표현해 독창성과 희소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배소현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희곡은 소녀들의 우정, 사랑, 성장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고등어’를 기획한 이 연출은 “청소년 관객에게는 자신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성인 관객에게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함께 존재할 것인지 연극을 보고 질문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릴-레이’ 작품인 ‘죽고 싶지 않아’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국립극단의 기존 공연들과는 달리 댄스 시어터(Dance Theatre) 형식을 띄고 있다.
댄스 시어터는 무용 작품에서 연극 대사를 구사하는 융합 장르로, 일정한 플롯과 스토리를 따르기보다 주로 현실 속 상황이나 인간 내면의 감정, 사회적 이슈들을 주제로 다룬다.
‘죽고 싶지 않아’ 안무와 기획을 맡은 류 연출은 “이번 작품을 통해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자주 일어나는 문제나 사건들이 전적으로 이들만의 문제인지,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은 없는지 묻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까지도 청소년극은 성인 연극이나 아동극에 비해 입지가 거의 없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출범하면서 청소년극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 소장은 “‘릴-레이’를 통해 청소년극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지만 우리 연구소의 궁극적인 목표는 청소년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참여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고등어’는 19일부터 29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죽고 싶지 않아’는 6월9일부터 6월19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및 공휴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되며 매주 화요일에는 공연이 열리지 않는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