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가솔린 승차감을 내는 디젤 `2016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부르릉거리는 큰 엔진 소리로 출발한 차가 이내 디젤 특유 소음과 진동을 지운다.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인지 아무 생각없이 달리다보면 `이 차가 디젤이었나 가솔린이었나` 한 번씩 되묻게 된다. 내가 무딘 탓일까. 멈췄다 다시 시동이 걸릴 때에야 비로소 디젤이 맞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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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웅장한 레인지로버의 디자인을 벗은 매끈하고 날렵한 외관으로 주목을 받았던 모델이다. 2016년형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여기에 좀 더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더한 정도다. 디자인보다는 조용하고 파워풀한 신형엔진이야말로 2016년형 이보크의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 주말 디젤엔진 중 최상위 트림인 `HSE 다이나믹`을 타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왕복 서해안고속도로와 광주 외곽 등 700여㎞를 달리면서 이보크에서 돋보이는 점 세 가지를 꼽아봤다. 정숙함, 매끄러운 기어 변속, 강력한 토크다.

이보크 HSE 다이나믹에는 `2.0리터 터보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지난해 재규어 XE에 처음으로 선보인 엔진이다. 솔레노이드 커먼레일 시스템을 이용해 연료를 연소실에 정밀하게 분사함으로써 엔진 소음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디젤 같지 않다는 느낌은 이 기술에서 나온다. 게다가 서스펜션에는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나 사용되는 자성을 이용한 가변 댐퍼 시스템을 적용해 승차감도 뛰어나다. 재규어가 매그니라이드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차량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댐퍼 설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스티어링 성능을 향상시키고 차체 롤링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엔진을 전량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를 절감했다.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과 첨단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로 기존 엔진 대비 CO₂ 배출량을 16%가량 줄이고 연비도 약 21% 개선했다. 레인지로버답게 튼튼하고 묵직한 느낌이 강력하지만 경량화를 이룬 덕인지 다소 과하게 속도를 내는 동안에도 연비는 12㎞/ℓ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13.8㎞/ℓ다.

기어 변속 느낌도 놀랍게 매끄럽다. 재규어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에서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다. 급가속을 해도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9단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인지 높은 rpm에서도 가속이 쉽게 이뤄진다. 이보크 디젤은 최대 토크가 43.9㎏.m에 이른다. 최고 출력은 180마력이다. 4륜구동 시스템으로 엔진 토크를 앞뒤에 분배하기 때문에 균형감도 뛰어나다.

온·오프로드 모두 최적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돋보인다. 랜드로버 특허기술인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노면 상황에 따라 엔진, 변속기, 스로틀 및 트랙션을 포함하는 차량 설정을 최적화한다. 온로드는 물론 자갈밭과 같은 험난한 노면과 지형의 오프로드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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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은 무난한 편이지만 고급스러운 소재와 인테리어 무드 라이팅 덕에 차분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가 난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메인 디스플레이 외에 속도계와 회전계 사이에도 5인치 디스플레이가 있어 주행 정보를 알려준다. 조작이 번거로워 불편한 게 문제다. 순간 속도나 순간 연비 등 원하는 정보를 골라서 보기에는 번거롭다. 터치스크린은 반응 속도가 느려 `럭셔리` 이미지를 다소 망가뜨린다. 인내심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지도는 한국지도를 가져다 써 우리 교통 현실에는 잘 맞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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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드라이브] 가솔린 승차감을 내는 디젤 `2016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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