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 기업은 투자를 멈췄고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수출은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에 이어 2%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한국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경기 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더딘 구조개혁, 미흡한 연구개발(R&D) 성과,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는 국가·가계 빚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왜 저성장에 허덕이게 됐고 돌파구는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6일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7%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3.1%)보다 0.4%P 낮은 수치다.
`2%대 성장률`은 저성장의 고착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다. 이는 IMF의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2.4%)과 유사하고 유로존(1.5%), 영국(1.9%)보다 높지만 중국(6.5%), 인도(7.5%) 등 신흥개도국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3.1%)를 제외한 국내외 주요 기관은 대부분 올해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7%, 한국은행은 2.8%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2.5%, 한국경제연구원은 2.6%, 현대경제연구원은 2.8%, 골드만삭스는 2.4%, JP모건은 2.6%를 예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총 7번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가운데 다섯 번이 2008년 이후라는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2.8%)과 2009년(0.7%)에 이어 2012년(2.3%), 2013년(2.9%), 2015년(2.6%)에도 2%대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 경제는 서서히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있었던 셈이다.
내년에도 한국 경제성장률은 간신히 3%를 유지하거나 2%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내년 3.0%를 예상했지만 IMF는 2.9%를 제시했다. IMF 예상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커지며 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 하다. 문제는 일본처럼 저성장 국면이 장기침체로 이어지는지다.
한국의 저성장은 세계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 경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특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26%에 달해 중국 경제가 어려우면 그대로 우리나라가 영향을 받는다.
수출만 문제가 아니다. 혁신 없는 산업구조가 근본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노동·공공·교육·금융 4대 개혁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줄이고 유보금을 늘려가고 있다. 미래 산업 투자는 둔화됐고 정부는 사상 처음 올해 R&D 예산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배정했다. GDP 대비 40%를 넘을 전망인 국가 채무, 지난해 12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성장 시대 진입은 경제 규모 확대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구조개혁 등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자료:OECD)>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