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시스템 구축 사업 저작권 요구 논란…상용SW업계, "어불성설"

법무부 소속 기관이 업체와 함께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소유권을 주장해 논란이다. 상용SW업계는 자체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 개발한 SW를 정부가 무상으로 취득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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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2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최근 `차세대 이민행정시스템 BPR/ISMP 및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니터링시스템 등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했다. 출입국행정 전반에 관해 개선 사항을 연구하는 사업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동출입국심사대 표준화 연구용역` 내용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08년 인천공항 등에 자동출입국심사대가 도입된 후 디자인과 구성 부품이 다른 자동심사대가 일관성 없게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 용역을 거쳐 표준화된 규격을 마련, 앞으로 이 규격에 맞춘 제품을 보급할 방침이다.

심사대는 키오스크 등 하드웨어(HW)와 이를 제어, 타 시스템과 연계하는 SW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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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사업 발주서 중 SW저작권 요구 사항이 담긴 내용

사무소는 표준 개발 사업 가운데 SW표준화 요구 사항으로 `제어 및 연계프로그램 개발 후 법무부로 소유권(저작권 수정 및 재배포권 포함)을 이관, 향후 수정 배포 위한 프로그램 소스 제공`을 명시했다. 표준 규격 개발에 포함된 SW 소스코드를 포함한 저작권은 발주처인 법무부가 갖겠다는 의미다.

상용SW업계는 법무부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업계가 수년 동안 R&D한 SW 저작권을 정부 부처가 소유한다는 것은 정부의 `SW 제값주기` 정책과 맞지 않고 `SW산업 육성`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입장을 고수하면 개발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소스코드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상용SW를 구매하지 않고 표준화된 규격을 새로 만들어 상용SW구매를 억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SW저작권 요구는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사대에 들어가는 SW는 사무소가 관리하는 공항뿐만 아니라 출입 시스템이 필요한 기업과 다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시장 규모만 연간 100억원으로, 100여개 중소기업이 SW를 직·간접 개발·판매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연구 용역에 불과하다”면서 “연구 용역 결과물로 나온 시제품을 본 후 실제 사업 발주에서는 SW저작권 소유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법무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전반에 공동제작 SW 저작물 소유권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업체와 공동 개발한 SW를 무상 배포하면서 해당 업체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5년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는 정부 행정업무관리시스템 `온나라시스템`을 개발한 후 전국 100여개 시·군·구에 무상으로 배포했다. 시스템 SW저작권을 정부가 소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관련 상용SW업체는 대부분 사라졌고, 시스템유지보수 관리 업체만 남았다. 유사 사례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상용SW협회 관계자는 “공공기관 발주 모니터링을 더욱 꼼꼼하게 하고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제 발생 시 이를 조율할 부처나 기관의 역할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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