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퍼스트 무버 넘보는 패스트 팔로어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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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아시아 개막날에 보안 검색대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보안 직원은 입장을 확인하는 `아이디 배지`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관람객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보안 직원은 한 중국인에게 “당신 것은 가짜 아이디 배지”라며 소리를 질렀다. 해당 중국 관람객은 내쫓겼다. 가짜 아이디 배지는 최종 입장을 확인하는 QR코드가 인식되지 않아 덜미가 잡혔다. 주변의 중국 관람객들은 흔히 보는 일인 듯 무심히 옆을 지나갔다.

CES 행사가 개막을 알린지 몇 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개막하자마자 가짜 아이디 배지를 만들어서 입장할 생각을 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짧은 시간 안에 모조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

놀라움은 CES 아시아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이어졌다. 3월 말에 첫 출시한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냉장고 `패밀리허브`를 따라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이 한 중국 기업의 전시장에 보기 좋게 전시됐다.

양문형 냉장고에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장착해 식재료 주문을 하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패밀리허브`와 외관 및 기능이 유사하다. 제품을 설명하는 직원은 삼성전자 패밀리허브는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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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아시아 사진/박소라 기자

건식 필터만 사용하는 기존의 공기청정기 시스템에서 물로 한 번 더 공기를 걸러 내는 습식 필터를 추가한 공기청정기도 눈에 띄었다. 습식 필터를 사용하는 가습공기청정기는 국내 기업이 3월 말에 처음으로 만들었다. 몇 달 사이 `패스트 팔로어` 중국 기업은 모조 제품을 만들어 냈다.

CES 아시아는 참가 기업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가전 업계에서 말로만 들던 `대륙의 힘`이 느껴졌다. 패스트 팔로어라고 하기엔 따라오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중국은 더 이상 추격자 지위에 있지 않다. 이제는 정보기술(IT) 전자업계에서 퍼스트 무버 자리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아주 빠른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면 퍼스트 무버가 되기로 자처했다.

CES 아시아에서 느낀 중국 전자산업의 괴력은 미풍으로 치부하며 지나칠 수준을 넘어섰다.


상하이(중국)=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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