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질병치료에 사용되는 신약 개발과 신약 물질을 발굴할 때 핵심은 몸에 딱 들어맞는 `표적 단백질`을 결정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약과 몸 속 단백질이 결합돼야 약효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호정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천연물에서 정제한 화합물을 변형시키지 않고, 화합물 본연의 상태를 유지한 채 연구할 방법을 찾았다고 10일 밝혔다. 이를 통해 약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과 검증기술을 강화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화합물이 단백질과 결합할 때 단백질의 구조가 변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화합물과 결합한 단백질은 더욱 안정적인 구조를 갖게 된다. 이 구조적인 안정성을 이용해 표적 단백질을 골라낼 방법을 고안했다. 한 가지 방법은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단백질이 화합물과 결합하지 않았다면 단백질은 효소로 모두 분해된다. 하지만 화합물과 단백질이 결합했다면 효소를 줘도 단백질은 분해되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온도를 높일 때 단백질이 견디는 정도를 측정하기도 했다. 화합물과 결합하지 않은 단백질에 열을 가하면 구조가 금방 변하지만, 화합물과 결합한 단백질이라면 구조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권 교수는 “기존 단백질 결정법에서 벗어난 표적 단백질 결정법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난치병 원리를 규명하는 생명현상 규명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천연물 분야 학술지 `내추럴 프로덕트 리포츠`(Natural Product Reports) 4일자에 실렸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