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극중 한효주는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에서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노래 실력으로 사랑받는 순수한 소녀에서 대중가수를 꿈꾸며 도발적으로 변해가는 소율 역을 맡았다.
옛적 사람들은 기생을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의미로 ‘해어화’라 불렀다. 그만큼 다양한 재주를 가진 기생을 표현하기 위해서 한효주는 정가, 일본어, 한국 무용 등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영화 촬영 전 소율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하나 씩 채워가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놓치기엔 아까운 시나리오였어요. 연기적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이었으니까요. 촬영 기간이 1~2달 더 길어지면서 연습 기간도 생각보다 길어졌어요. 배우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내 능력 위를 넘어야 하니까 한 편으로는 성취감도 있었죠. 배우는 즐거움 속에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한효주는 가장 배우기 어려운 것으로 정가를 꼽았다. 정가는 많은 관객들이 ‘해어화’를 통해 거의 처음으로 소개됐을 정도로 생소한 장르다. 낯선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한효주는 특유의 섬세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흡입력 있게 빨아들였다.
“정가를 듣고 이런 노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소했어요. 전용 악보 보는 것도 어려워서 저만의 악보를 오선지에 만들기도 했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정가여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대중가요는 비교될 게 있으니까 더 부담스러웠을 것 같거든요. 게다가 정가 선생님께서 제 목소리 음색이 정가와 잘 맞는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고요. 기회가 된다면 ‘국악 한마당’에도 나가볼까도 생각했죠.(웃음)”
또한 한효주는 처음으로 노인 역할에 도전했다. 언제나 아름답고 어려보이고 싶어 하는 여배우가 노역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노인이 된 소율의 마지막 여섯 신을 그려내기 위해 그는 많은 고민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꽤나 답답했어요. 아침 4시 쯤 시작해서 하루 종일 붙이고 있는데 본드로 붙여놔서 나중엔 정말 아프더라고요. 게다가 한 번에 떼어지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서 떼어지는데 두려움까지 생겼죠. 그래도 빨리 익숙해지려고 했어요. 조명이나 앵글을 어떻게 해야지 더 자연스러울까 많이 생각했어요.”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노역에 도전했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반응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극의 흐름 상 필요한 장면을 위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도전한 그의 모습은 박수를 쳐줄 만 하다.
“분장이 주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을 한 것은 이유가 있었거든요. 마지막 대사가 중요했고, 이어지는 감정선을 따라서 제 얼굴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영화적인 설정으로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