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세상에 첫 공개한 것은 1977년 도쿄모터쇼에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정교함은 족히 40년이 넘는 개발 역사에서 나온다. 지난 29일 한국토요타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에 참석해 토요타 하이브리드시스템 역사와 원리를 듣고 렉서스 하이브리드 3종을 시승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서로 다른 성질의 동력원을 함께 갖춘 동력 시스템을 말한다. 토요타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마력이 높은 가솔린 엔진과 저속 토크가 높은 전기모터를 결합해 만든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독특한 점은 모터와 제너레이터(모터2)가 하나씩 들어가 있고 모터 일체형 변속기를 사용해 모터 크기가 극대화된 점이다. 차량은 엔진과 모터에 의해 각각 구동될 수 있으며 엔진이 작동할 때에는 제너레이터를 구동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모터에 전기를 가하면 움직이지만 외부 힘에 의해 모터가 움직일 때에는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저속주행을 할 때에는 배터리만이 모터를 움직이고 일반 주행시에는 엔진이 제너레이터를 통해 충전하면서 동시에 모터 구동을 한다. 고속 주행시에는 배터리와 엔진이 모두 동원돼 힘을 더한다. 가장 특이한 점은 제동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실제 브레이크보다 먼저 급속 충전을 통해 모터를 제어한다. 급속 충전을 하면 자기장이 발생해 모터가 멈추게 된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시스템의 브레이크 패드 교체 주기는 일반 차량 두 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토요타는 이를 회생제동이라고 부른다. 토요타나 렉서스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보면 엔진·모터·배터리 상태가 그래픽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보면서 충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속 주행 중에는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아 최대한 모터를 이용한 주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공인연비보다 훨씬 높아진 연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론 교육 후 RX 450h, ES 300h, NX 300h 등 렉서스 하이브리드 3종을 시승했다. 서울에서 화성휴게소와 서산휴게소를 거쳐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을 왕복하는 총 384㎞ 코스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고속도로보다는 제동이 많은 시내 주행에서 연비가 높게 나타나지만 고속도로에서도 강점은 분명히 있었다. 진동과 소음이 적은 모터의 특성상 승차감이 탁월했다. 렉서스 3종 모두에 장착된 마크레빈슨 오디오시스템이 어우려져 시승의 즐거움을 더했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는 모든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용되는 사륜구동시스템(E-four)의 진가를 확실히 맛볼 수 있었다. 스티어링휠을 한번 꺾어 각도를 맞춰놓으면 안정적으로 곡선을 그리며 빠져나간다.
SUV RX450h는 승차감·퍼포먼스·연비가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엔진 소음도 적지만 방음이 워낙 잘돼 있어 풍절음도 약하게 들렸다. 음악을 틀어놓고 있으면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조차 잊게 된다. 고속도로 연결선과 울퉁불퉁한 수리지도 부드럽게 통과한다. 국내 수입차 순위에서 늘 톱 10안에 드는 중형 세단 ES 300h는 승차감에 더해 낮은 무게중심 때문에 `달리는 맛`이 느껴진다. 콤팩트 SUV인 NX 300h는 콤팩트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공인연비가 복합 12.6㎞/ℓ인데 시내에 들어서는 평균연비가 15.7㎞/ℓ까지 올라갔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