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에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통일한 바이킹 왕은 특이하게 치아가 푸른빛을 띠었다. 이름은 해럴드이지만 푸른 치아 덕분에 `블루투스`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치아가 파란 이유는 왕이 블루베리를 즐겨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별명이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넘어 세계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스웨덴 기업 `에릭슨`이 휴대폰과 주변 기기를 연결한 무선 솔루션을 고안하면서부터다.
에릭슨은 무선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휴대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를 하나의 무선통신 규격으로 통일하기를 원했다. 해럴드 왕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통일한 것처럼 무선통신 규격을 통일한다는 의미에서 무선 솔루션에 `블루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위해 노키아, IBM, 도시바, 인텔 등 첨단 정보기술(IT) 대표 회사들과 손을 잡았다. 이처럼 근거리 무선통신의 표준인 블루투스는 `기술개발 협동작전`의 산물이었다.
블루투스는 혁신 기술 개발에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 준 대표 사례다. 유럽은 일찍부터 이를 잘 인식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3D 열풍을 몰고 온 영화 `아바타`의 성공도 기술 연구개발(R&D) 협업에 바탕을 두고 있다. 흥행 수입만 30억달러가 넘는 이 영화에 쓰인 기술의 원천은 유럽 과학자들의 공동 R&D를 통해 나왔다. 1998년 컴퓨터그래픽(CG)을 필름으로 변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던 시절에 영국 프레임스토어와 판도라 인터내셔널, 독일 바벨스베르크 연구소는 함께 머리를 모아 필름 특수 효과를 개발했다. 이 덕분에 영화계는 VG를 활용한 신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
`나 홀로 노력`으로는 기술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 혁신을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개별 국가 혼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유럽 국가들이 기술 개발을 위해 국가 간 협력에 앞장서는 이유다. 이러한 유럽 국가들의 노력 중심에는 `유레카(Eureka)`라는 범 유럽 공동 R&D 협의체가 있다.
유레카는 1985년 18개 유럽 국가 협의체로 시작해 이제는 한국을 포함한 범 유럽 44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R&D 프로그램이다. 산·학·연 협업을 통해 시장 지향형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개발 비용 절감, 신기술 조기 확보, 협력 기회 확대, 잠재 시장 개척 등 장점을 모두 보여 준다.
우리나라는 2009년 비유럽 국가 최초로 유레카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현재까지 62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우리 중소기업을 포함한 100여개 혁신기관이 유럽의 약 570개 기업, 대학, 연구소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7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폭넓은 글로벌 R&D 인맥을 쌓고, 한-유럽 R&D 협력 기회를 만든 것이다.
지난달 25~27일 블루투스 산실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한-유럽 기업 간 R&D협력 활성화를 위한 기술협력 콘퍼런스 `코리아 유레카데이`가 개최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유럽 간 공동 R&D 파트너 발굴 및 과제 기획을 돕기 위해 2010년부터 유레카 의장국과 매년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우리 중소기업 40개와 유럽의 기업, 대학, 연구소 등 R&D 관련 200여 기관이 참여해 ICT 융합, 에너지 신기술, 신소재,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350여건의 1대1 매치메이킹을 성사시키는 등 신산업 분야 강소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다졌다. 한-유럽 공동 R&D 발굴 노력이 좋은 결실로 이어져서 우리 기업들과 함께 향후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유레카`를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kslee402@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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