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광주그린카진흥원이 진흥원 신임원장 선임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광주시가 임기 1년 6개월가량 남아 있던 오영 전 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 `감정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홍엽 총괄본부장의 임기도 이달 중순에 만료 예정이어서 광주그린카진흥원을 이끄는 `원투펀치`가 모두 사라질 판이다. 이들은 현대기아자동차 임원 출신으로,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 다리 역할을 해 왔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구축과 중국 주룽자동차 유치 등 광주시 주력산업의 추진 동력이 주춤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광주시가 출연한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윤장현 광주시장 핵심 공약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 조성 등 광주자동차산업의 컨트롤타워다.
지난달 중순 오 전 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지역 산업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3년 임기의 절반가량을 남겨 둔 상황에서 갑자기 사직서를 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상 기관장이 새로 오면 업무 파악과 네트워크 구축에 1년여가 걸리기 때문에 제대로 일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에 광주그린카진흥원이 광주시 및 유관 기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정부사업 수주 등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제기된다.
그동안 광주시와 광주그린카진흥원은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 조성 사업을 놓고 이견이 많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오 전 원장은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해법으로 엔진과 변속기를 일컫는 `파워트레인` 공장 유치를 밀었다. 이에 반해 광주시는 완성차 공장 증설을 주장하면서 시시각각 대립각을 세워 왔다. 광주시와 출연 기관 간 불협화음이 지속된 배경이다.
오 전 원장의 사퇴는 결국 현대차그룹과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그린카진흥원은 지난달 25~27일 후임원장 선임 공모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원자는 1명뿐이어서 복수 후보자 추천을 위한 재공모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슷한 기간에 광주시는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공모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내정한 전 광주시 A국장이 상근부회장 공모에서 탈락하자 28억원 규모의 예산 중단을 결정했다는 설도 있다. 일각에서는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A국장을 위해 광주그린카진흥원장 사퇴를 서둘렀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광주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광산업진흥회에 이어 광주그린카진흥원까지 기관장 선임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지역 산업이 후진하는 것 아니냐”면서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그린카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광주시와 협의를 거쳐 원장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