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갑 선거구에서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 게임 분야 가운데 최초로 국회에 입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 게임인은 모두 벅찬 감동으로 두 팔 번쩍 들어 김병관 당선자를 축하했다. 게임인들은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생겼다는 기대감에 들떴다. 게임계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잔칫집 분위기다.
그동안 게임인은 기뻐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셧다운제·게임중독법·웹보드게임규제 등과 같은 규제 정책, 게임 중독을 빌미로 집요하게 정책 입안을 시도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게임 정서로 마음고생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사회성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도해서 게임을 결부시키는 일부 언론의 편파 보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진흥 정책을 가로막는 타 부처들의 게임 규제 정책도 한몫 더했다.
먹구름으로 일관된 게임 산업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로감을 많이 느낀 게임인 가운데에서는 게임산업을 접을까, 이민을 떠날까 하며 기로에서 방황하는 사람도 많았다.
김 당선자 역시 NHN게임스 대표, 웹젠 의장을 맡아 오면서 게임판의 속살을 정밀하게 들여다본 기업인이다. 그런 만큼 이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게임 산업을 적극 지지하고 보호해 주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랬기 때문에 가끔 게임인 사이에서는 게임을 옹호하고 감싸 주고 이끌어 줄 게임인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쯤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던 차에 김 당선자의 국회 입성 소식은 게임인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 준다.
김병관 의장은 갓 입문한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바쁜 일정을 보낼 것이다. 좀 더 시야를 넓혀서 게임인들의 바람과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때로는 외풍도 막아 주고, 따뜻하게 감싸 주며 격려도 해 주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게임 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 개선과 규제 완화에 앞장서서 게임 산업의 재도약과 게임에 대한 부정 인식 해소에 많은 노력을 해 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게임 산업은 여느 산업군과 같이 당당하게 산업 가치, 문화 가치, 예술 가치, 학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순기능 산업으로 폭넓은 인지를 얻게 될 것이다.
게임은 역기능성보다 순기능성이 더 강한 인류 놀이문화다. 게임 산업은 인문학과 공학과 예술이 망라된 첨단 종합예술이며, 최고급 문화다.
게임은 경제 부가가치가 크다. 국가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산업이다. 최근에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는 한류 열기에 편승, 문화산업의 수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그 수출액 가운데에서 게임이 50~60%를 차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게임 산업의 산업 역할은 충분히 증명됐다.
게임은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역기능보다 인류에게 다양한 순기능을 부여하는 콘텐츠로 정착되고 있다. 게임으로 학습하고, 치매를 예방하고, 재활 훈련을 하고, 운동을 하는 기능성 게임은 대표 사례다.
게임은 술, 마약, 도박과 동급으로 매도할 정도로 하급문화가 아니다.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로 관리할 정도로까지 형편없는 저급문화도 아니다.
게임의 순기능성 가치를 높이고 고급 예술문화로 승화시키기 위한 작업은 김 당선자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 게임인들이 지금까지 보여 온 소극적 소통 구조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 당선자가 선봉에 서서 나아갈 때 게임인들은 뒤에서 적극 응원하고 격려하며 지지해야 할 것이다.
중국 게임산업의 급성장에 영향을 받아 산업 생태 변화와 해외 게임이 우리 내수시장을 교란시키는 현상이 빈번해졌다. 좋은 게임을 생산해 내지 못한 게임인들의 노력 부족 탓도 없지 않다.
완성도 높은 IP를 창출할 수 있는 게임 개발에 몰두, 글로벌 게임경제 주도권을 움켜쥐어야 한다.
게임인들이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때 김병관 당선자가 게임산업을 옹호하는 힘을 비축해 나갈 수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 munsarang@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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