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 류용재 작가 "웹툰과 다른 작품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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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피리부는 사나이' 포스터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의 류용재 작가가 웹툰 작가 고동동의 작품과의 유사성 관련 논란에 입을 열었다.

25일 tvN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의 제작사 콘텐츠케이는 “류용재 작가의 입장 표명이 다소 늦어진 것은, 고작가님께 공모전에 제출하신 '피리 부는 남자'의 원안 확인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공모전 주최 기관인 광주 정보 문화산업 진흥원에서 인쇄본 열람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보도자료를 통해 류 작가는 “처음엔 무척 놀라고 당혹스러웠다”라며 “전체 내용을 확인한 결과, 내가 쓴 작품과 고 작가님의 작품은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판단한다. 두 작품은 주요배경과 콘셉트, 사건의 전개과정과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관계 등 내용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차별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류 작가는 “고 작가님의 주장대로 두 작품은 몇 가지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구전 동화가 수 세기 동안 여러 나라에서 재구성 됐고, 우리나라에서도 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피리 부는 사나이’,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피리 부는 남자’, 영화 ‘손님’ 등 많은 작품이 같은 원전으로부터 제목이나 모티프, 피리 부는 사나이의 캐릭터를 차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류 작가는 “나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훔칠 만큼 파렴치하지는 않다. 고작가님의 심정도 이해되지만, 그 사이 공모주최측이나 담당 멘토분, 또는 나에게 직접 얼마든지 문제제기를 하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방송이 끝나가는 시점에 인터넷과 기사를 통해 이슈를 제기하신 부분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고동동 작가는 지난 20일 블로그를 통해 웹툰 '피리 부는 남자'와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간 작품 유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 이하 전문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의 제작사 콘텐츠케이입니다.

고동동 작가님은 지난 4월 20일 블로그를 통해 웹툰 '피리 부는 남자'와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간 작품 유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피리부는 사나이'를 집필한 류용재 작가의 입장을 전해드립니다.

류용재 작가의 입장 표명이 다소 늦어진 것은, 고작가님께 공모전에 제출하신 '피리 부는 남자'의 원안 확인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공모전 주최 기관인 <광주 정보 문화산업 진흥원>에서 인쇄본 열람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여, 4월 22일 오후 류용재 작가가 전라남도 광주에 위치한 <광주 정보 문화산업 진흥원>을 방문해 열람 후 입장 표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류용재 작가의 입장 표명 전문입니다.

***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를 쓴 류용재 작가입니다.

고동동 작가님께서 제기하신 작품의 유사성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처음엔 무척 놀라고 당혹스러웠습니다.

2014년 당시 제가 심사에 참여했을 때 봤던 작품이 맞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제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기보단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고, 저작권자인 고작가님의 동의를 구해 광주로 직접 찾아가 자료를 읽어 보았습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한 결과, 저는 제가 쓴 작품과 고작가님의 작품은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은 ‘주요배경’과 ‘컨셉’, ‘사건의 전개과정’과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관계’등 내용적인 면에서 여러가지 차별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고작가님의 작품은 주요배경이 ‘지하철’입니다.

저작권자인 고작가님의 허락 없이 작품의 세부를 설명할 순 없지만 핵심 컨셉을 제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테러, 7개의 방독면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여야 하는 살인게임’이 주된 내용입니다.

반면 제 작품은 주인공이 협상가이기에 필연적으로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테러나 인질극, 납치, 비행기 피랍 등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이를 주인공이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컨셉으로, 이 중에 지하철은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두 작품의 사건 전개 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심 캐릭터 또한 제 작품은 두 명의 네고시에이터와 앵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고작가님의 작품과 공통분모가 전혀 없습니다.

고작가님의 주장대로 두 작품은 몇가지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독일에서 구전되어 온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따온 제목과 모티브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많은 작품들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독일의 구전 동화가 수 세기 동안 독일을 비롯한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작품으로 재구성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피리 부는 사나이’,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피리 부는 남자’(고작가님의 작품과는 다른 작품입니다), 영화 ‘손님’등 많은 작품이 같은 원전으로부터 제목이나 모티브, 피리 부는 사나이의 캐릭터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러를 통한 사회적 복수’라는 키워드 역시 ‘더 테러 라이브’나 ‘모범시민’등 많은 작품들이 공유하고 있는 모티브입니다.

이렇듯 고작가님께서 두 작품의 유사성으로 제시하신 키워드들은 다른 창작물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고, 작품화할 수 있는 소재인 것입니다.

저는 2009년 강연으로 경찰대학교 협상전문 교수님과 인연을 맺으며 협상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4년 심사에서 고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기 훨씬 전인 2010년부터 ‘네고시에이터’라는 제목으로 해당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 아이템을 개발해왔습니다.

고작가님의 ‘순환선’이 담당멘토님과 5개월 간의 멘토링을 통해 ‘피리 부는 남자’가 된 것처럼, 제 작품 또한 그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최초에는 천재적인 협상가와 실력은 부족하지만 타인을 잘 이해하는 또 다른 협상가가 테러와 같은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였고, 여기에 전체극에 걸쳐 목표가 되고 긴장감을 줄 존재가 필요하다 느껴 셜록 홈즈의 ‘모리어티’와 같은 범죄컨설턴트, 또는 테러의 배후조종자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러 재난상황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 현실 속 일들을 취재하게 되면서, 비록 옳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에 생각이 미쳤고, 비로소 이 캐릭터는 인물표에서 ‘모리어티’가 아닌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제와 연결된다고 여겨 제목도 바꾸었는데, 제가 고작가님의 작품을 도용했다면 굳이 ‘네고시에이터’가 아니라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개발 과정은 제 이메일과 에버노트 등에 상세히 기록으로 남아있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저는 제 작품에서 힘없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로 ‘피리부는 사나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직 필력이 부족하고 경험도 많지 않아, 원래 전하려던 메세지를 작품에 잘 녹여내었는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갖고 작품을 쓰면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훔칠 만큼 파렴치하지는 않습니다.

부족하지만 조금 앞서가는 입장에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심사와 멘토링을 자처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고작가님께서도 본인의 작품을 준비하시며, 제 드라마가 올라가는 걸 보셨을 때 심정이 어떠셨을지도 이해가 가지만, 그 사이 공모주최측이나 담당 멘토분을 통해서, 또는 저에게 직접 얼마든지 문제제기를 하시고, 사실 확인을 하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방송이 끝나가는 시점에 인터넷과 기사를 통해 이슈를 제기하신 부분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고작가님의 ‘피리 부는 남자’가 제가 쓴 드라마와는 다르지만, 좋은 스토리이고 완성도 있는 웹툰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제 15, 16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보시고, 전체의 이야기와 고작가님께서 공모전에 제출하신 이야기를 비교해 보신다면, 두 작품이 서로 다른 작품이라는 걸 아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긴 글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