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멤버들이 꾸준히 같이 활동하며 끝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에서도 신화 정도만 손꼽힐 정도다. 그러다보니 탈퇴 혹은 해체를 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는 늘 팬들과 대중들의 관심사였다. 팀 활동 자체가 부진해 나오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개인적 꿈을 위해 팀 전체를 흔드는 경우에는 종종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지난 19일 그룹 비스트 탈퇴 소식을 전한 장현승도 이유가 같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음악적 견해에서 시작된 성격차이가 탈퇴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불거졌던 태도 논란까지 겹치며 장현승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장현승의 탈퇴 소식은 근래에 아이돌을 탈퇴해 활동하는 멤버들의 근황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가게 했다. 물론 주로 아름다운 이별을 한 이들보다는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한 이들을 향했다.
▲ 소녀시대 → 제시카
소녀시대 멤버였던 제시카는 지난 2014년 팀을 탈퇴했다.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제시카가 ‘한 장의 앨범 활동을 마지막으로 소녀시대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고 제시카는 “소속사에서 퇴출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찌됐든 소녀시대에서 나온 제시카는 패션 디자이너 겸 사업가로 변신했다. 선글라스 브랜드로 첫 패션사업을 시작한 그는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 사업도 론칭했다.
제시카는 오는 5월 가수로 돌아온다. 최근 신곡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마친 그는 마지막 앨범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소속사에 의하면 구체적인 앨범 발매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엠블랙 → 이준
그룹 엠블랙 멤버였던 배우 이준은 제시카와 마찬가지인 지난 2014년 팀을 탈퇴한 후 배우로 완전히 전향했다.
대중들은 이준의 홀로 서기를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었지만 남은 엠블랙 멤버들과 엠블랙 재계약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엠블랙 멤버 지오는 이준의 탈퇴 소식이 전해진 후 본인의 트위터에 “결국 배려심이 이기심을 안고 가리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려 이준을 저격한 글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준은 엠블랙에서 나온 후 영화 ‘손님’을 비롯해 tvN ‘갑동이’, SBS ‘풍문으로 들었소’, OCN ‘뱀파이어 탐정’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 f(x) → 설리
아이돌 그룹보다는 배우로 활동하고 싶어 했던 이준과 마찬가지로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였던 설리 또한 연기자로 노선을 굳히기 위해 지난해 팀을 탈퇴했다.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설리가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팀을 떠났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같은 시기 남성듀오 다이나믹듀오 멤버 최자의 열애설이 이슈가 되면서 설리가 에프엑스로 계속 활동하는데 많은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설리는 팀 탈퇴 후 최자와의 열애 사실을 당당히 공개했다. 에프엑스에서 나온 후 아직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SNS에 다양한 사진들을 자주 게재하며, 꾸준히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설리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앨범 활동을 앞두고 있는 에프엑스를 무책임하게 떠난 것과 SNS에 논란이 될 만한 사진들을 자주 올리는 점 때문에 설리는 관심과 함께 비난 또한 많이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아이돌들이 대중 혹은 멤버들의 응원과 격려를 못 받음에도 홀로 서기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룹으로 시작한 출발점이 성공으로 이어지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욕구가 분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팬들의 기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신중한 성찰이 필요하지만 자칫 그러한 균형감과 배려를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