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SBA) 일자리본부장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외국인에게 개방된 것은 1998년 IMF 이후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이전인 1992년도부터 한국 증권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시작됐다.
당시 증권회사에서 근무했던 필자는 한국시장이 개방되기 전부터 장외에서 유통되는 우리나라 증권, 정확히는 파생상품을 해외에서 중개했다. 즉, 브로커 역할을 경험한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그 당시 고객이 많지 않았던 내가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무언가 조그만 가능성만 가지고라도 잠재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내는 일이었다. 즉, 장외에서 활발히 거래가 될 만한 증권을 가지고 있는 고객에게 다가가 어느 정도 가격에 팔 생각이 없느냐를 물으면서 거래의 불을 댕기는 일이 내게는 매우 중요한 일과였다.
그 고객의 의향이 바로 나에게는 장사 밑천이 되고 그것을 가지고 상대방 고객을 찾아 연결하는 노력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때는 참 어렵고 벗어나고픈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공적으로 한국증권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내가 정말 무에서 뭔가를 찾으려 했구나’하는 조그만 자부심도 가진다.
일자리가 없고 결국 그 토양이 되는 일거리가 말라가는 시대에는 브로커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매개하라’, ‘창조적 미들맨’ 같은 책들이 발간되면서 구체적으로 브로커라는 용어가 가진 나쁜 인식이 ‘미들맨’, ‘매개인’, ‘중개인’이란 용어로 발전적으로 해석되면서 착한 브로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거리를 끊임없이 발굴해 연결하고 마치 인체 대장내 유익균처럼 우리사회 많은 문제의 신진대사를 통한 해결에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싱가포르 등 천연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국가가 잘 사는 이유 중 하나로 고도의 축적된 브로커 능력이 확충된 인적자원들의 역할이 크다는 견해가 있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요즈음, 사회 다방면에서 과거 3~40년 동안 역동적으로 활동한 이들이 정보와 지식, 경험을 필요로 하는 여러 분야에서 공익을 위해 여러 다리를 놓아주고, 일자리를 만들게 되는 착한 브로커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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