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AI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마침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20년 미래직업의 컴퓨터 대체 분석결과를 제시했고, 크게 이슈화됐다.
미래 직업 변화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미국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분석, 47%가 컴퓨터로 대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께 지구의 기존 일자리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올해 `유럽 미래연구(EJFR)`은 직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려 하고 있다. 직업의 미래 변화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930년대에 `기술실업`으로 이미 예측한 것이기도 하다.
고용정보원의 미래 직업에 대한 예측은 시의성은 있지만 예측의 정확도와 설득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우선 시점에 문제가 있다.
고용정보원은 2020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를 다루는 정육점 직원이 2020년부터 AI와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예상했다. 대체 확률은 99.9%로 제시했다. 이미지를 인식하고 이를 사람과 고양이로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외과의료용 로봇인 다빈치가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는 사람인 의사가 조정하는 것이다.
기하급수 속도의 기술 발전을 감안하더라도 정육원을 대체할 기술이 4년 안에 등장할지는 의문이다. 토머스 프레이의 미래 직업에 대한 예보 시점인 2030년을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기간을 고려한다면 좀 더 먼 미래 전망이 필요하다.
또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은 종합된 기술 분석이라기보다 부분에 그친다. 미래 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래 기술은 3D 프린팅, 사물인터넷(IoT), e헬스케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이다. 이들 기술의 발전과 등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고용정보원은 조각가 등 예술 계통 직업이 AI로의 대체가 가장 어려운 직업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3D 프린팅, 3D 스캐너, 3D 설계 등이 일반화된다면 조각가라는 직업의 구도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각을 처음부터 3D 모델링으로 수행하고, 디지털화된 조각 3D 모델은 오픈소스나 저작권이 있는 상품이 될 것이다. 이 모델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더해 출력할 수도 있고 유통할 수도 있다. 조각가라는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직업의 지형은 상당 부분 바뀔 수밖에 없다.
직업은 기술 변화에 민감하기는 하다. 그러나 정서, 문화와 같은 다른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 육아도우미가 대체 가능 순위 26위다. 대체가능성은 98%다. 10년 이내에 육아도우미 로봇이 개발될지 의문이지만 인간 아이를 기계에게 맡길 것인가는 정서 및 문화 측면의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이 밖에도 텔레마케터는 87위다. 반면에 옥스퍼드대 연구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과 자연어 처리 기술의 발전을 감안하고, 실제 IBM AI `왓슨`의 사례를 볼 때 콜센터 직원과 텔레마케터의 AI 대체율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변호사, 의사, 영양사, 해녀 등도 같다.
직업의 미래와 미래의 직업에 대해서는 진지한 연구가 지속 진행돼야 한다. 고용, 교육 등 다양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서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정확하고 더욱 먼 장기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향기와 색깔에 맞는 예측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학자를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 직업의 미래에 대한 중장기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이번 작업은 미래 직업에 대한 시작으로 의의가 있다. 앞으로 더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직업의 미래 예측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윤기영 에프앤에스컨설팅 대표 synsaj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