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완성차, 부품업체들 모두 기능안전과 ASPICE 등 개발 표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유럽,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개발 표준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할 일은 우선 그 필요성을 알리고,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백재원 씨엔비스 대표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기술 표준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기술을 두루 갖춘 엔지니어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포스데이타(前 포스코ICT). 그 곳에서 SW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반도체 신뢰성`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철도 쪽 기능안전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10년 씨엔비스를 설립하고 자동차, 철도, 항공,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컨설팅 및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백 대표는 국내에서 기능안전 국제표준(ISO26262)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ASPICE(Automotive SPICE)`를 기업들이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ASPICE는 ISO 15504와 ISO 12207을 바탕으로 유럽 완성차 업계가 제정한 자동차 소프트웨어(SW) 개발 표준이다.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ECU) 사용이 많아지면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도입됐다. 독일 인탁스(Intacs)가 인증을 관리하고 심사원 자격도 부여한다.
ASPICE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이행해야 하는 31개 프로세스에 대해 평가한다. 프로세스 능력 지표는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눠진다. 현재 유럽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레벨 2~3 수준을 준수해야 한다.
BMW와 다임러, 아우디, 볼보 등 유럽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ASPICE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ASPICE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최근 부품업체들을 중심으로 ASPICE 도입이 늘어났다. 일본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 해외 완성차 진출이 늘어난 결과다.
백 대표는 “일본은 ASPICE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한 이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현재 선임심사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만 20명에 달하고, 인탁스가 인정하는 공식 커뮤니티 `니폰스파이스(NSPICE)`로 구성됐다”며 “우리나라는 선임심사원이 2명밖에 안되고 인탁스 평가도 낮은 수준으로,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ASPICE 선임심사원 과정을 밟고 있다. 좀 더 나은 기업 컨설팅과 ASPICE 확대 보급을 위해 본인이 직접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인탁스로부터 공식 인정받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최근 재정된 ASPICE 3.0 버전 공식 번역도 신청해, 국내 기업들이 좀 더 쉽게 ASPICE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