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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 규모 11위, 경제력 상승률 1위의 기적을 이룬 아름다운 나라에서 자동차 산업도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제조업 핵심 산업으로 성장해 왔다. 자동차산업 불모지에서 출발, 세계 5위 규모를 차지할 만큼 그 위상을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속 성장에 대한 위기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 자동차 산업도 공급 과잉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 경쟁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 본다.
첫째 가격경쟁력과 상품성을 위한 기술 혁신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 원동력이다.
우리는 요즘 신기술 홍수 속에서 산다. 당장이라도 연료전지차와 전기차가 쏟아질 것 같고, 머지않아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로봇이 세상을 지배할 것 같은 분위기다. 물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어느 정부에서 보조금을 무제한 지급할 수 있겠는가. 또한 대다수 소비자가 고비용과 인프라 불편함을 감내하고서라도 구매 선도자가 되겠는가. 앞으로 20~30년 뒤에도 대부분을 차지할, 이른바 전통(?)의 자동차를 근간으로 기술 혁신을 통한 가격경쟁력과 상품성 확보를 등한시한다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가격경쟁력과 상품성 확보를 위한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보통` 차를 그 이상의 `특별함`을 갖게 해야 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극단의 기술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을 통한 성능, 품질, 효율, 승차감 등 기본에 대한 지속 개선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에 각종 시스템을 긴밀하게 연결해 통합하고 소재, 디자인, 정보기술(IT)과의 융합으로 소비자 감성을 만족시키는 등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부품산업을 전폭 육성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에서 부품산업은 매출 규모는 물론 고용력 측면에서도 크나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글로벌 자동차산업 주도권이 완성차 업체에서 신기술을 많이 독점하고 있는 대형 부품업체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보쉬, 콘티넨탈, 덴소, 존슨콘트롤, 마그나 등 상위 10개사가 전체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완성차 업체보다 높은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냉정히 돌아보면 우리 부품산업은 완성차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외형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뤄 왔지만 아직도 부품 신기술 연구개발(R&D)과 품질 혁신에 과감히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오로지 기술과 원가, 품질경쟁력을 통해 정면 승부를 거는 전략으로 세계 자동차부품산업 강자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셋째 자동차 산업을 짊어질 융합형 사고 능력이 있는 핵심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미래 자동차가 요구하는 다양한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계, 전자, 정보통신, 재료, 디자인, 인문학 등 항목들이 융합돼야 한다. 그렇다고 대학 4년 동안 여러 분야를 조금씩 공부해서는 융합 이전에 기본도 못 갖추는 꼴이 될 수 있다. 전공분야별로 기본을 튼튼히 하되 소통을 위한 교육 과정이 포함된 융합형 전문 인력을 길러야 한다. 기존의 4년제 틀을 깨고 5년제 자동차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융합형 학제를 만들어 미래 자동차산업을 이끌어 갈 고부가가치 핵심 R&D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술 인력을 우대하고 사회에서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넷째 정부의 균형 있는 정책과 투자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 냈다. 이제는 자극성 뉴스거리가 되지 않거나 무언가 새로운 것이 아니면 선택은커녕 관심조차 기울여 주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일은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이에 대한 정책 지원이 최우선인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자동차에 있어서도 미래형 자동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필수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주력 성장 동력인 엔진 기반의 자동차를 전통산업으로 내몰아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입명품을 파는 면세점 유치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명품기술을 만들어 내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주었으면 한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우리나라 명품 자동차를 서로 판매하겠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가 오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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