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가 지난 12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로드쇼`를 개최했다. 하드웨어(HW)로만 알려진 슈퍼마이크로가 소프트웨어(SW)와 솔루션을 공급하는 플랫폼 회사임을 알리는 행사였다. 한국에 이어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아시아 시장 공략 강화 차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세너제이에 자리잡은 슈퍼마이크로는 흥미로운 회사다. 1993년에 설립돼 매출 2조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성장세가 눈부시다. 직원은 3000여명에 이른다.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자와 엔지니어다. 세계 70~80개국에 진출했고, 고객은 5000곳에 이른다. 나스닥에는 2007년에 상장됐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찰스 량(Charles Liang)은 대만계 미국인이다. 대만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 건너가 칩스&테크놀로지스 같은 컴퓨팅 기업에서 일하다가 창업했다. 서버 관련 기술 특허를 다수 가지고 있을 만큼 컴퓨팅 분야 전문가다. 그의 모국인 대만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실리콘밸리 등에 세계 거점을 설치했다.
슈퍼마이크로가 IBM, HP, 델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컴퓨팅업체 틈바구니에서 고속 성장을 구가하는 비결은 두 가지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유연성을 갖춘 틈새 시장 공략이다. 슈퍼마이크로는 설립 후 4년 만인 2007년 1월 1U 서버(Twin)를 처음 발표한 이후 슈퍼블레이드 서버, 2U 서버, 그래픽처리장치(GPU) 슈퍼컴퓨팅 서버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최근엔 업계의 첫 진짜배기 핫스와프 서버라 불리는 `NVMe 서버`도 내놨다.
유연한 전략도 슈퍼마이크로 성장에 큰 힘이 됐다. HP, 델 등과 달리 HW 플랫폼에 고객이 요구하는 SW를 결합, 고객이 요구하는 최적 솔루션을 공급한다. 이런 기세라면 슈퍼마이크로는 조만간 3조원대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 슈퍼마이크로는 한국 서버업체와 대비된다. 지난해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지정에만 사활을 건 우리 기업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언제쯤 우리도 해외에서 당당하게 로드쇼를 펼치는 서버 기업을 볼 수 있을까.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