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발광다이오드(LED) 설비 자산가치를 크게 낮춰 잡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손상차손이 LED사업 연착륙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업계와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해 LED사업부에서 110억원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손상차손은 시장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자산의 미래가치가 장부에 기재된 것보다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상차손 누계액은 재무제표상 손실, 비용으로 반영된다.
LED 사업부는 기존 가동설비, 가동 중단설비 자산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LED 업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장비 투자액이 회수되는 속도보다 장비가치가 하락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110억원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부진은 공급과잉과 기술변화 때문이다. 중국 LED업계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이 발생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상에 따라 백라이트유닛(BLU) 매출, 수익도 급감했다. 이런 시장 흐름 때문에 삼성전자는 LED사업부 영업권 793억원을 모두 손상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LG이노텍 LED사업부도 부진을 겪고 있다.
이번 손상차손 인식은 회사 스스로 LED사업 성장성을 하향 조정했다는 의미다. 손상차손을 반영해놓으면 LED사업이 축소돼도 연착륙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미래에 발생할 손실을 미리 인식했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상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
증권가도 LED사업부가 올해를 기점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LED설비 감가상각, 손상차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장비가치가 낮아질 만큼 낮아진데다 이를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손상차손을 인식해놨고, 이미 워낙 많은 감가상각과 손상차손이 이뤄진 상태”라며 “분기 대비 LED사업부 적자 폭이 커지지 않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올해는 사업이 안정되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 역시 조명용, 차량용 LED사업을 강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사업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BLU와 달리 이들 제품은 판가가 높고 수요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 제품 비중이 LED사업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 LG이노텍 LED사업부 BLU 매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54.2%로 하락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손상차손 인식은 향후 사업 기반 강화와 안정화를 위한 조치”라며 “자동차용, 조명용 LED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사업성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