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웹툰이 대세? 세계로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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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경 서울산업진흥원(SBA) 애니메이션본부장

요즘 문화콘텐츠분야 화두 중 하나가 웹툰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부자들’이 915만 명의 관객 몰이에 750억 원의 극장 매출을 올렸고, 드라마 ‘미생’이 종편 시청률 10.3%를 달성하면서 웹툰의 OSMU(One Source Multi Use)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한류 드라마와 K-POP에 크게 열광한 동남아시아 팬들이 한국의 웹툰을 계속 소비하고 있고, 콘텐츠산업에 눈을 뜬 중국은 수익성 높은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찾기 위해 한국의 웹툰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더 나아가 아예 중국 내 생산기지를 만들기 위해 독창적인 스토리와 연출력을 가진 웹툰 작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창작 스튜디오를 꾸리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웹툰 작가 지망생 수가 14만 명에 달하고 있고, 그 중에는 만화를 전공한 학생도 있지만 다양한 전공과 직업군을 가진 경력자 등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원작산업으로서 웹툰의 가치는 출판, 드라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OSMU 가능성이다. 비교적 저비용의 제작이 가능하므로 재능이 뛰어난 개인도 작품의 독창성을 발휘하기 좋고, 온라인 기반의 실시간 댓글기능 등 작가와 독자의 소통기회로 시장 테스트가 용이하다. 편리한 디지털 툴을 활용해 창작하기 때문에 빠른 연재주기를 확보할 수 있고,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장르와 소재, 그림 스타일의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웹툰 페이지 누적 조회 수가 292억4천 건이라는 통계는 일평균 7백만 명이 웹툰을 본 결과이다. 지금도 주당 350여 편의 웹툰이 온라인 연재 중이고 스마트폰으로도 빠르게 확산, 진화하고 있다.

이렇듯 웹툰을 둘러싼 여러 가지 현상들을 살펴보면 요즘 대세가 웹툰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콘텐츠의 기획과 창작이 아직도 작가 개인의 능력에 의존해 있는 산업구조를 보면 아직 신생산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콘텐츠의 창작과 상품 제작, 유통, 소비의 건전한 가치사슬이 형성돼야 안정적인 수익구조,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 인력의 선순환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출판만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세계 만화시장 속에 한국 고유의 발명품이라 할 만큼 웹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웹툰이 세계 디지털만화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과잉 공급되고 있는 웹툰을 글로벌 OSMU 프로듀싱과 해외 수출, 유료시장 확대를 통해 양질 전환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은 매년 7월, 국제 콘텐츠 마켓 SPP(Seoul Promotion Plan)를 마련해 애니메이션과 웹툰, 게임 등 콘텐츠의 국제 공동제작, 구매, 투자 등의 비즈니스 장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유력 바이어가 대거 서울을 방문해 한국과 아시아의 독창적이고 역동적인 트렌드를 확인하고, 컴피티션과 어워드, IR쇼(투자마트), 비즈매칭 등을 통해 아시아 시장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서비스되는 무형의 콘텐츠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팬심이 발휘되는 콘텐츠의 시장 수명주기 내에 다양한 MD상품으로도 제작, 유통될 수 있도록 제조 기반의 O2O(Online to Offline) 시장도 함께 커져야 할 것이다. 최신 트렌드인 메이커스 활동이나 취향 공유자들끼리의 공동 주문생산 방식을 접목해 볼 수 있겠으며 영유아에 집중된 기존의 캐릭터상품 제조를 키덜트상품으로 연계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등 자동화에 따른 직무 대체 직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한국고용정보원이 우리나라 주요 직업 400여개를 대상으로 분석 결과를 내놨다. 대체 위험이 낮은 직업으로 애니메이터와 만화가가 화가와 조각가, 사진작가, 작가, 음악 지휘자 및 작곡가/연주자 순서 다음으로 5위에 꼽혔다. 대중예술분야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종사 직업이 전통적인 순수예술분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미래에는 유망직종이지만 현재 웹툰 작가들이 처한 일자리의 현 주소를 살펴보면, 연간 14만 명의 작가 지망생 중 프로작가 데뷔 비율이 0.03%에 불과할 만큼 인터넷 환경에서의 무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웹툰 시장 1조 원 시대를 바라보는 웹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스타작가의 탄생과 중견작가군의 안정적인 성장환경, 신인작가 발굴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의 글로벌 프로듀싱과 작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며, 독자로 인해 작가가 발굴되는 무한경쟁 환경인 웹툰의 생태계를 활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어워드를 통해 웹툰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웹과 모바일 환경에서 급부상 중인 웹소설 등 전자출판 분야와 결합한 스토리 원작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인 ICT도시 서울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닮은 웹툰이 세계 디지털만화 시장을 선도할 한류의 새바람이 되기 위한 ‘글로벌 웹툰도시 서울’ 선언이 필요하다. 웹툰산업 1조 원 시대를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발굴과 신직업군 확산을 통해 산업의 선순환을 이루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웹툰 펀드 조성을 통해 산업화로의 힘찬 도약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