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5번째 도전 만에 1단계 추진 로켓을 바다 위 무인선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해상 회수 성공은 세계 최초로 우주선 발사 비용의 절감과 우주 개척 속도 증진에 역사적인 한 획을 그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스페이스X 로켓 해상 착륙 실험 성공을 축하했다.
미국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억만장자인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8일 오후 4시 43분(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약 이틀 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배달할 보급품을 실은 화물 우주선 `드래곤`을 무사히 궤도에 올린 팰컨9 1단계 로켓은 발사 2분 30초 후 본체와 분리돼 케이프 커내버럴 북동쪽 해안에서 약 300㎞ 떨어진 대서양 무인 플랫폼을 향해 낙하했다.
1단계 추진 로켓은 4개 착륙 장치를 펴고 발사 8분 만에 `물론, 나는 당신을 여전히 사랑합니다.`(Of Course I Still Love You)라는 이름의 무인선 플랫폼에 내려앉았다. 4번의 실패 후 마침내 로켓의 해상 회수 실험에 성공하자 캘리포니아 주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X 관제소에서는 박수와 함께 `미합중국(U.S.A.)`이라고 외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조지 딜러 NASA 대변인은 팰컨9 1단계 로켓의 해상 착륙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확인했다. 캐나다 우주비행사인 크리스 해드필드는 이 장면을 지켜보고 나서 “놀랍다. 마침내 착륙했다. 세계 최고 기술이 입증됐다”며 스페이스X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머스크는 실험 성공 후 “무인선을 파손하거나 뒤집어진 채로 내려오지 않고 이번엔 (로켓이) 제대로 착륙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현재 지구 궤도 낮은 쪽에 자리한 ISS와 같은 미래의 우주 거주지를 언급하면서 지구 궤도 너머에 있는 이러한 물체가 지구에 돌아오려면 바다 무인선에 착륙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머스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팰컨9 로켓에 탑재된 위성을 보호하는 구조물로, 위성보호덮개로 불리는 `페이로드 페어링`을 발사 후 회수하는 실험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 버지`는 지상과 해상에서 모두 성공한 로켓 회수 실험은 스페이스X의 우주 사업에서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특히 면적이 광활한 대지에 로켓을 착륙시키는 지상 실험보다 물 위에서 움직이는 작은 표적인 무인선에 로켓을 떨어뜨리는 해상 실험은 더욱 어려움에도 스페이스X가 이 실험에 집중한 까닭은 연료와 관련 있다고 소개했다.
본 로켓에서 분리된 1단계 추진 로켓이 지상에 착륙하려면 엔진 재점화와 속도·방향 조절 등에 많은 연료가 들어간다는 게 더 버지 설명이다. 해상 무인선 플랫폼 회수는 로켓 낙하 궤적을 따라 이를 착륙시킬만한 이상적 장소에 무인선을 배치하면 돼 지상회수보다 고려 사안이 적고, 연료도 적게 든다고 더 버지는 덧붙였다.
스페이스X 임무보증 분야 부사장은 최근 NASA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3차례 더 로켓 해상 착륙 실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스페이스X는 우주선 발사 1단계 로켓 3분의 1은 지상에, 나머지 3분의 2는 해상에서 회수해 우주선 발사에 재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는 작년 12월 21일 소형 위성 11개를 탑재한 팰컨9 1단계 추진 로켓을 지상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해,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다. 당시 1단계 로켓은 지상 200㎞ 지점에서 본체와 분리된 뒤 발사 10분 만에 발사대에서 약 10㎞ 떨어진 지점에 안전하게 수직 착륙했다.
이에 따라 6000만달러(약 692억1000만원)에 달하던 팰컨9 로켓 제작·발사 비용은 로켓 회수가 본궤도에 오르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다퉈 등장했다. 우주선 발사 비용이 줄면 민간 우주선 소비자가 낼 우주여행 비용도 그만큼 줄어든다.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최고경영자이자 우주 개척 사업에서 머스크와 경쟁을 펼치는 제프 베조스는 그보다 한 달 이른 지난해 11월, 자신이 창업한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을 통해 우주선 뉴 셰퍼드 발사 추진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베조스의 회수 로켓은 지상에서 100㎞ 높이인 준궤도(suborbital) 비행에 쓰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두 배 높고 더 강력하면서도 빠른 궤도에 오른 머스크의 회수 로켓 실험이 더 고난도였다고 평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