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재 강국의 길, 전문 인력에 달렸다

모든 하드웨어(HW) 뿌리인 소재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다.

정부는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금속·재료학회와 한국세라믹학회는 최근 소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소재강국` 포럼을 개최했다.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산업체 전문가들은 `신소재산업협의회`를 결성, 소재 기술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재산업 도약을 위한 일련의 활동은 전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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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산업이 도약하려면 `2W1H(Why, What과 How)` 과정이 필요하다. Why는 지금 왜 이 상황에 처했는지 분석하는 것이고, What은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과정이다. How는 2W를 토대로 실행 방안을 구체화해서 찾는 일을 뜻한다.

Why 과정에서는 많은 이가 공감하는 결론을 다소 쉽게 얻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What에서는 우선순위에서 의견이 갈리기 쉽다. 가장 중요한 How에서는 많은 경우 전혀 다른 방안들이 상충한다. 이에 따라 가장 중요한 과정은 목표를 유효하게 달성할 수 있는 How를 찾는 일이다.

소재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는 잘 찾고 있다.

문제는 How다. 도출한 과제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소재산업의 특성이다.

소재산업은 다른 산업을 뒷받침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 긴 호흡의 산업이다. 소재산업에는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튼실한 뿌리 같은 인력이 필요하다. 다소 부족한 인력과 재원으로 소재 강국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 한다면 튼실한 인력의 뒷받침 없이는 어렵다.

튼실한 인력, 특히 소재산업을 이끌 인재는 소재공학의 기본을 탄탄하게 갖춘 전문 인력이어야 한다. 아날로그 공학의 하나인 소재공학에서 창의성은 결국 전문성을 토대로 배양되고 길러지기 때문이다. 소재공학의 기초 위에 전문성을 갖추고 다양한 경험까지 쌓아야 한다. 소재 개발의 사이클만큼이나 길게 10년, 20년 후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면 이러한 인력 양성 교육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전문성 측면에서 기존의 소재 인력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는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로 세계 최고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연구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효율이 있었는가 하는 점은 되짚어 볼 문제다.

기술 혁신을 위한 새로운 연구사업이나 프로그램 도입은 필요하다. 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을 관리하고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연구 관리와 성과평가 제도는 그동안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미시 관리와 단기, 정량 평가에서 문제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관리와 평가는 연구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한다. 연구 지원은 신중하되 연구 관리와 평가는 연구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정리하면 소재기술을 혁신하고 소재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서는 소재공학의 기본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이 필수다. 소재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R&D 재원의 적절한 배분과 동시에 재원 관리와 성과 평가시스템을 소재산업 특성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자들이 단기의 가시 성과보다 장기의 전문 성과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석중 한국세라믹기술원장 sjkang@kic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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