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제조업의 희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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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3% 중반에 있는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면서 저성장 함정으로 계속 빠져들고 있다. `뉴노멀` 시대의 저성장 늪에 들어와 한국 경제는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과 달리 연금체계와 복지제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노후소득이 준비돼 있지 않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등 이미 위험 수위에 와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사회 여건에서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주요 원인의 하나는 전통 제조업을 중도에서 일찌감치 경시하거나 포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끈질긴 추격, 특히 중국의 발 빠른 성장 탓에 우리나라는 성장 동력인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결국 턱 없이 부족한 부존자원으로 대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제조업은 이제 한물갔으니 가망이 없다며 대안으로 서비스산업에서 그 맥을 찾아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은 서비스산업을 발달시켜서 내수를 확대시킴과 동시에 진작시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에게 새로운 희망과 더불어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에 따라 정부도 사활을 걸고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목하 매진하고 있다.

낙후된 서비스산업을 육성시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천연자원이 빈약하고 좁은 면적의 한반도, 더욱이 남북이 쪼개져서 대처한 반쪽짜리 국가인 데다 인구가 5000만을 약간 상회하는 작은 규모의 우리나라가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서 성장률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는 선진국과 사뭇 다르다.

유럽은 넓은 시장에서 이른바 유럽공동체라는 커다란 단일 경제 시장이 형성돼 있고, 미국은 내수시장이 크고 사회가 탄탄하게 발달해 오면서 정돈이 잘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연금과 복지체계가 확고히 구축돼 있어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사회 또는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정은 판이하다. 우리나라 내수시장은 작고 매우 제한된 여건에 놓여 있다. 또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로 되어 있다. 서비스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대폭 끌어올리거나 산업 전반의 발전을 촉진시키거나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경제 구조 속에서 서비스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을 확대시킨다거나 다른 전·후방 산업을 자극, 국가 산업 전반에 촉진을 불러오기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서비스산업은 제조업과 달라서 투자 매몰비용(埋沒費用:sunken cost)이 작다. 처음에는 얼마간 고용을 반짝 일으킨다고 하더라고 종국에는 비정규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제조업을 경시하거나 무시한 오늘날 여러 국가는 비록 그들이 선진국 형태를 갖추고 있는 나라라 하더라도 구조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도 여기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한 나라들은 대개 통화 수축과 팽창으로 국가 경제를 힘겹게 끌어가고 있다.

기업투자를 늘려서 모든 산업을 확장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통 방법인 제조업에서 살아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수율을 향상시키며, 제품을 고급화함과 동시에 다양화해야 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연마해 주력산업을 대체하고 육성시키는 등 신성장 동력을 진작시켜야 한다. 동시에 시장을 다변화시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모든 산업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으로 긴밀히 연관돼 있어서 이에 대한 융합(conversion)은 필수다. 유통, 금융, 문화와 같은 서비스산업은 물론 오늘날 대부분 제조업도 모두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과 신산업정책을 수립해 제조업을 부활시킬 때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기조의 캄캄한 터널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계, 화학, 조선, 철, 자동차 등과 같이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을 주도해 온 주력 산업이 잇따라 위기에 빠지면서 서비스와 금융 등 내수 중심으로 산업 주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일종의 제조업 패배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제조업을 포기할 수 없다. 모든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융·복합화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모바일을 통해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제조업 패배주의에서 한시 바삐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중국 경쟁사를 물리치고 우리 기업이 모바일 생태계에서 우위를 지켜 갈 수 있으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장 eniclub@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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